40개국 대표 면담..독도-안보리 문제 `분리 대처'
당국자 "이탈표 단속으로 1차 투표서 끝낼 것"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재진출을 위한 막판 득표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67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호르스트 쾰러 전 독일 대통령과 압디웰리 모하메드 알리 소말리아 총리, 우나 마웅 르윈 미얀마 등 각국 지도자를 만나 내달 18일 치러질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거에서 한 표를 당부했다.

전날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뉴욕에 체류하는 닷새 동안 우리나라의 안보리 재진출 교섭을 최대 우선순위에 두고 40여개국 수석대표들과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와 안보리 개혁 외교장관회의(26일)와 핵테러 관련 고위급회의(28일) 등에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밀 계획이다.

유엔대표부 관계자는 "뉴욕 체류 일정은 대부분 안보리 득표활동 위주로 짜여져 있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스케줄을 계속 조정하는 만큼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은 독도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을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영토 분쟁이나 과거사 문제가 안보리 재진출 못지않게 중대한 사안이지만 193개 유엔 회원국이 모인 다자외교 공간에서 이슈화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언제라도 지역 정세와 관련된 사안이 돌출되면 거기에 맞춰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 한일 외교장관 회담 성사될 듯.."사안별 분리대처"
김 장관은 일본 측이 타진해 온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적극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임기 2013∼2014년)에 이어 일본(2015∼2016년)도 이사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서는 서로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되면 독도나 과거사 문제 등 양국 간의 불편한 현안은 잠시 제쳐 놓고 국익 차원에서 협력을 약속할 공산이 크다.

양국 외교장관은 전날 열린 법치주의 고위급 회의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강제관할권 수락을 요청한다"(겐바 외무상), "국제법 절차가 정치적으로 활용되어서는 안된다"(김 장관)는 발언을 주고받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은 실리를 위해 사안별로 분리 대처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이 외교의 기본적 속성이지만 최근 동북아의 상황은 더욱 간단치 않게 돌아가면서 '내 편과 네 편'을 식별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로서는 전날 중국과 외교장관 회담에서 "동북아의 질서유지를 위해 관련국의 올바른 역사 인식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면서 일본에 대한 압박에 중국과 공동보조를 취했지만 중국 측의 `이어도 도발'에는 엄중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한일 외교장관이 만날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일정이 빠듯해 시간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이 오는 18일 기조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대신 인권문제를 다루는 유엔 제3위원회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막판 이탈표 방지 총력.."1차 투표서 끝낸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1996년에 이어 15년 만에 다시 안보리 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무난한 당선이 기대된다.

현재 아시아 그룹의 1개 공석을 놓고 캄보디아, 부탄과 경합 중인 한국은 당선에 필요(전체 회원국의 3분의 2인 129표)한 표를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이탈표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문서 또는 구두로 지지 의사를 밝혔더라도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지지표의 10% 정도는 이탈한다는 게 유엔 외교가의 통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안보리 이사국에 도전했던 헝가리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전에 확보한 지지표의 40%가 날아가는 `재앙'을 맞기도 했다.

김 장관이 막판 표 단속에 주력하는 또 다른 이유는 1차 투표에서 완승하기 위해서다.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선출 투표에는 결선투표 제도가 없으며 특정 국가가 3분의 2의 지지를 얻을 때까지 반복 투표를 한다.

그러나 유엔 투표 특성상 특정국에 대한 지지가 투표 과정에서 바뀌기 쉽지 않고 이러다 보니 심할 때는 입후보하지 않은 나라에 이사국 자리가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2006년 베네수엘라와 과테말라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에 진출하기 위해 47차례나 표 대결을 벌였으나 두 나라 모두 3분의 2 득표에 실패, 결국 중남미 국가들의 중재로 파나마가 비상임 이사국으로 당선됐다.

1979년에는 콜롬비아와 쿠바가 남미 공석을 놓고 격돌했다가 무려 154차례나 투표를 실시한 끝에 결국 제3국인 멕시코가 어부지리를 얻기도 했다.

김숙 유엔 주재 대사는 안보리 재진출 성공 가능성에 대해 "경합 중인 두 나라보다는 나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하지만 방점은 조심에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뉴욕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