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화두(話頭)’ 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그 캠프들은 각자의 강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상대방의 약점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용호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07년엔 이명박 후보가 ‘경제 살리기’를 내세웠고 2002년 노무현 후보는 ‘개혁’, 1997년 김대중 후보는 ‘경제위기 극복’을 화두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며 “화두는 표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강·약점

한국경제신문이 박·문·안 등 세 후보에 대해 마케팅 분석기법인 스와트(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요인 등의 영문 첫 글자를 딴 말) 분석을 적용해 본 결과, 세 후보의 강·약점이 엇갈렸다.

박 후보는 우선 대구·경북(TK)을 기반으로 한 ‘범영남권’이란 확고한 지지 기반과 그간 강조해온 원칙과 신뢰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혔다. 그가 기회 있을 때마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서민후보를 표방한 문 후보는 ‘힐링(치료)’을 컨셉트로 잡았다. 정통성 있는 야당의 후보라는 점도 강점이다. 수험생들과 함께 노량진에서 2500원짜리 ‘컵밥’을 먹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찾은 행보는 이런 맥락에서다.

안 후보는 참신성이 최대 강점이다. 그는 새 정치를 전면에 내세워 올 대선을 과거세력 대 미래가치의 대결로 몰아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출마 회견 때 기존 정치인을 일절 초대하지 않은 건 이런 차원이다.

◆공격과 방어

후보들은 동시에 상대방의 약점과 위협 요인을 파악해 집중 공격하고 있다. 대권 첫 행보인 후보들의 국립현충원 방문에서 차별점이 뚜렷했다. 박 후보는 ‘친노의 한계’란 약점을 가진 문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대권 첫 행보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든 봉하마을을 찾았다.

반면 문 후보는 박 후보의 역사인식을 겨냥해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소에 일부러 들르지 않았다. 대신 “박 후보가 사과한다면 언제든지 찾겠다”고 박 후보에게 공세를 가했다.

안 후보는 지난 20일 첫 대권 행보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박 전 대통령의 묘소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동시에 참배한 뒤 “과거 정부의 공은 계승하고 과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박 후보와 문 후보 사이를 파고들었다.

박 후보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약점 부각을 위해 18일 가천대 특강에서 정치 입문 15년이 된 자신의 사례를 들어 “어떤 분야든 10년 이상은 해야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내공을 쌓는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박 후보 캠프는 노무현 정부 과오를 집중 공격할 예정이다. 친박(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앞으로 나아가려는 박 후보의 미래세력 대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으로 책임이 있는 과거세력 프레임을 짤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검증된 게 하나도 없고, 모호한 말로 사람들을 홀리며 내놓은 건 책 한 권이 전부”라며 경험 부족과 모호한 스탠스, 검증 부족 등 위협 요인을 거론했다.

안·문 후보 캠프는 “새누리당의 전신은 민정당, 민정당의 전신은 공화당”(18일 문 후보)이라며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20일 안 후보)고 공격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