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자유화, 식량안보 강화 등 4가지가 주요 의제
전문가들 "괄목할 만한 합의 도출될 가능성은 작아"


'성장을 위한 통합, 번영을 위한 혁신'이란 주제하에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러시아가 주요 의제로 내세운 것은 ▶ 무역ㆍ투자 자유화 및 지역경제통합 ▶ 안정적 운송망 구축 ▶ 식량 안보 강화 ▶ 혁신적 성장 촉진을 위한 집중적 협력 등 네가지다.

물론 21개 APEC 회원국 정상과 대표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이 네가지 의제에만 논의가 한정되진 않겠지만 회의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설정한 중점 주제들이다.

회원국 대표들은 지난 1년 동안 주최국 러시아의 각 도시에서 진행된 다양한 수준의 협의를 통해 이 의제들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도출해 8~9일 열리는 정상회의에 제출한 상태다.

정상들은 실무진들이 합의한 내용을 검토하고 마지막 조율을 한 뒤 회의 마지막 날 공동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상회의 합의 내용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나 역내 국가 간 경제 협력에서 지침 역할을 하게 된다.

◇ 무역ㆍ투자 자유화 및 지역경제통합 = APEC의 애초 설립 취지에 해당하는 가장 전통적 주제다.

아태 지역 국가 간 관세 및 비관세 장벽 등을 낮추어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역내 경제 통합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는 APEC 회원국간 경제적 격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단기간에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회의 주최국인 러시아는 아직 아태지역 국가 가운데 어느 나라와도 양자 간 자유교역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경제개발부 주도로 APEC 국가들과의 자유무역지대 창설 가능성을 검토했으나 결론은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쪽으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따른 러시아의 교역량 증대는 2% 정도에 불과하지만 농업 등의 분야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었다.

이 의제와 관련해선 이번 회의에서도 원론적 수준의 결론이 날 확률이 높다.

◇ 안정적 운송망 구축 = 역내 교통 인프라를 현대화하고 새로운 항구를 건설하는 한편 통관 및 운송에 따른 행정 절차 등을 간소화하자는 것이다.

상품의 안전한 운송이 교역의 핵심적 요소인 만큼 모든 국가가 관심을 갖는 주제다.

주최국인 러시아가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안정적 운송망 구축의 일환으로 시베리아횡단철도(TSR) 현대화와 바이칼-아무르철도(BAM) 제2노선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시베리아 철도 현대화에는 약 350억 달러(약 40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러시아 철도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러시아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부담스런 프로젝트다.

러시아는 아태 지역과 유럽을 연결하는 단일 운송망 구축 차원에서 TSR과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사업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러시아는 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또 다른 운송망으로 북극해 항로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번 APEC 회의에서도 시베리아철도 현대화 및 북극해 항로 개발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식량 안보 강화 = 최근 세계적 이상고온과 가뭄 등으로 옥수수, 콩, 밀 등의 곡물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한층 절박해진 이슈다.

실제로 올해 미국 가뭄의 영향으로 지난 7월 세계 식량가격은 10%가량 치솟았으며, 특히 옥수수 가격은 25%가량 급등한 데 이어 추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투기까지 겹쳐 농산물 가격을 부채질하고 있다.

APEC 재무장관들은 지난달 30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곡물가 상승을 불구, 2008년처럼 주요 곡물 생산국들이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보호주의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정상회의에서도 이 합의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식량 안보 강화 의제와 관련된 문제로 바이오 연료 생산을 위한 곡물 사용 수준 조정,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신기술 도입 및 유휴 농지 이용 확대, 기후변화와 재난으로부터의 위협 예방, 해양 자원의 합리적 이용 및 보존, 사회적 극빈층의 식량 접근성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혁신적 성장 촉진을 위한 협력 = 역내 국간들 간 지식과 기술의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각국의 과학 정책을 조율하고, 미래의 혁신적 시장을 함께 건설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예정이다.

혁신적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교육 분야 협력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환경 보전과 성장을 조화시키는 녹색 성장 방안도 함께 논의될 것이다.

이밖에 러시아가 중점 의제로 제시한 네가지 주제 외에 아태 지역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서 중요한 요소인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 해결 방안과 북한이 참여하는 경제 협력 프로젝트 등도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구체적으로 러시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같은 노선의 송전선 건설, TSR-TK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회원국 간에 의견 교환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에서 괄목할 만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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