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정치권의 잇따른 ‘과거사 망언’으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술국치 102주년인 29일 시민들의 반일(反日)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한일병합조약으로도 불리는 경술국치는 1910년 8월29일 제국주의 일본의 강압 아래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에 넘긴 조약이다. 조선왕조가 519년 만에 망하고 일본의 식민지가 된 시점이기도 하다.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은 이날 서울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일본 전범기업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해와 올 2월 두 차례 발표한 데 이은 3차 명단에는 △가네보화장품(옛 가네가후치실업) △모리나가캐러멜(옛 모리나가식량공업) △파나소닉(옛 마쓰시타항공공업) 등 105개 일본 기업이 포함됐다.

이 의원은 “전범기업 명단을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사업 입찰 제한이나 사회적 책임 요구 등 실제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재현 의원 등 민주통합당 의원 11명도 이날 경술국치일을 포함해 4·19혁명기념일 등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국가기념일법’을 공동발의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이날 오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037차 수요집회를 열고 일본에 종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정대협은 최근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한 것과 관련, “인간의 마지막 도리까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애국주의연대도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잊지 말자! 경술국치 나라사랑 캠페인’을 펼쳤다. 최용호 애국주의연대 대표는 “일본은 불행한 과거사에 대해 독일처럼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는 대표적인 친일인사 5명을 뽑아 ‘이완용상’을 줄 예정이다.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은 경술국치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친일 인물을 검색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이날 선보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