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이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4년 만에 정부 간 대화를 재개한다.

이번 북·일 대화는 북한에 있는 일본인 유골 반환 협의를 위한 것이지만 북한에 의한 일본인 피랍자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북·일 대화는 베이징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서 29일 오후 3시부터 열린다.

북한과 일본의 정부 간 협의는 지난 2008년 이후 4년 만이며, 일본은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발족 이후 처음이다.

양국은 애초 국장급 협의에 합의했으나 북한이 과장급으로 격을 낮추자고 요구해 일본이 수용했다.

정부 간 협의에 앞서 양국 적십자 대표는 지난 9일과 10일 일본인 유골 반환 문제를 협의했다.

따라서 이번 정부 간 대화의 의제도 유골 반환과 일본 유족의 묘 참배 문제 등이 중심이지만 일본 정부는 교착상태에 빠진 납북자 문제의 진전을 가장 희망하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2008년 8월 열린 실무자협의에서 납북자 문제 재조사에 합의했으나 일본의 정권 교체를 이유로 북한이 재조사의 연기를 일본에 통보한 뒤 교섭이 끊겼다.

일본의 민주당 정권은 2009년 8월 실시된 총선 공약에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내걸었고, 정권 출범과 동시에 전담 각료인 납치문제담당상을 두고 문제 해결을 추진했으나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대화 거부로 진전이 없었다.

북한은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 합의로 5명의 납북자를 귀국시킨 것으로 문제가 종결됐다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납북자가 17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유골 반환 문제보다 납북자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자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6일 논평에서 일본이 유골 문제와 납치 문제를 뒤섞어 회담을 불순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일본은 이번 협의 후 국장급으로 대화의 격을 높여 북한과의 현안 협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납북자와 유골 반환 문제 외에 핵·미사일 문제, 민간단체 등이 북한에 납치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약 470명에 달하는 '특정실종자' 문제, 1970년 3월 적군파에 의해 자행된 요도호 납치범 처리 문제, 1959년부터 1984년까지 이뤄졌던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건너간 일본인 처(약 1천800명) 문제 등의 협의도 기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작년 7월부터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중의원 예산위원장(전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을 내세워 송일호 북일 교섭담당 대사와 물밑 대화를 시도했으며, 작년 9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 출범 이후 대화 재개 협의가 본격화했다.

나카이 전 공안위원장과 송 대표는 올해 초까지 4차례 회동해 납북자 문제는 물론 유골 반환과 북송 일본인 처의 귀환, 국교 정상화 교섭 문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지난달 하순에서 이달 초순에 걸쳐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의 방북을 허용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부부를 만나도록 하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였다.

일본은 북한과의 정부 간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독도 문제로 최악의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당초 미국, 한국과 공조해 핵·미사일 문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패키지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자 회담에 진전이 없는데다 미국이 식량을 매개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고, 한국과도 관계가 멀어지자 북한과의 독자 대화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 식량지원을 받는 한편 한미일의 대북 공조를 흔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연합뉴스) 김종현 특파원 kim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