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경선이 파행 끝에 28일 강원지역 순회경선에서 정상화됐다. 강원도 선거인단은 현장투표자와 모바일투표자를 포함, 1만102명이다. 강원 경선 결과는 문재인 후보의 대세론을 확산시키느냐, 손학규 김두관 후보의 추격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느냐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날 연설에서 문 후보에 대한 손·김 등 비문(비문재인) 후보들의 감정의 골은 여전했다. 지난 25일 제주 경선에서 불거진 ‘모바일투표’ 파동 이후 3일 만에 경선이 열린 강원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대면한 후보들은 악수를 나눈 뒤 연설이 시작되자 옆자리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행사 시작에 앞서 문 후보는 다른 후보 지지자들과도 악수를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일부 김 후보 지지지들 사이에선 문 후보를 향해 “페어플레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손 후보 지지자 중 일부는 경선장에 들어선 이해찬 당 대표에게 “똑바로 하세요”라고 소리쳤다.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손 후보는 모바일투표 문제제기에 이어 ‘이해찬 문재인 담합’ 의혹까지 제기한 탓인지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후보들의 연설도 극명하게 갈렸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문 후보는 ‘포용론’을 강조했지만 손·김 후보의 연설에는 여전히 날이 섰다. 문 후보는 “경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정권교체가 어렵다”며 “이번 경선은 4명 가운데 한 명을 고르는 게 아니라 힘을 하나로 모아 백배 천배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파행과 관련해선 “우리가 싸울 상대는 당 바깥에 있다. 우리끼리 상처내지 말고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 그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후보는 한 지지자가 보내준 성경구절을 인용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불평하지 말며 불의를 행하는 자들을 시기하지 말지어다. 내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는 글을 받았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무엇인지 여러분은 아실 것”이라고 했다. 현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경선을 끌고 가고 있다는 손 후보의 시각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는 “솔로몬 왕 앞에서 자식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양보한 어머니의 심정으로 돌아왔다”며 경선 참여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제주 경선에서 (전체 선거인단 중) 1만3000명이 경선에 불참했는 데도 무효·기권표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며 “이런 경선 시스템이 민주당을 어렵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선거인단석에서 “(무효표가)600표 나왔다”는 항의가 쏟아졌다.

손·김 후보와 함께 울산 경선에 불참했던 정세균 후보는 “정권탈환의 축제가 될 수 있는 경선을 부활시키겠다”며 두 후보와 선을 그었다. 정 후보는 “축제와 감동이 돼야 할 경선이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한 뒤 자신의 강점인 정책을 알리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원주=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