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지도부 안이한 대처로 '예고된 파행'
충북 TV토론 결국 무산

27일 예정됐던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충북지역 방송토론회는 결국 무산됐다. 민주당은 문재인·정세균 후보만 참여한 채 방송토론회를 진행하려다가 두 후보의 양해를 얻어 취소했다. 이날 당 지도부·후보 측 대리인·선관위 합동 회의 끝에 모바일 투표를 둘러싼 파행은 봉합되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이번 파문으로 경선 흥행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의 무능과 당에 대한 불신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외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라는 유력한 후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시합을 시작하자마자 공정성 시비가 붙은 것은 안 원장의 지지율만 높여주는 ‘자살골’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 관계자는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후보 등 비(非)문재인 측이 제기한 ‘마지막 순번인 4번(문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은 원래 가장 마지막 순번이었던 박준영 전남지사가 있었기 때문에 성립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며 경선을 보이콧한 것은 이해찬 대표 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위 비문 측이 당 지도부에 가지고 있는 불신을 말끔하게 걷어내야만 경선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신은 지난 6·9 전당대회 이후 ‘이-박(이 대표-박지원 원내대표)담합’에서 촉발한 계파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한 의원은 “당 지도부가 문 후보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진 것만 봐도 당과 선관위의 독립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늑장 대응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투표 시 ARS 안내멘트를 다 듣지 않고 중간에 끊을 경우 무효표 처리되는 기존 룰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자 선관위는 결국 룰을 바꾸기로 했다. 김승남 선관위 간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간에 전화를 끊더라도 후보자 번호를 눌렀을 경우 유효 처리하기로 했다”며 “이는 각 후보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사항”이라고 발표했다.

손 후보 캠프의 김유정 대변인은 이와 관련, “룰을 이렇게 쉽게 바꿀 수 있었다면 왜 진작에 바꾸지 않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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