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시절, 친인척을 이사와 감사로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안 원장이 본인의 저서에서 “안연구소에 나의 친척이 한 명도 없다”고 말한 것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17일 안랩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안 원장의 장인 김우현 씨는 안랩의 전신인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가 설립된 1995년 안 원장, 이찬진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와 함께 이사로 등록했다. 김씨가 이사에서 퇴임한 1998년부터는 안 원장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이사로 등록했다. 안 원장의 친동생 안상욱 씨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감사직에 이름을 올렸다.

안 원장은 2004년 12월 출간된 저서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에서 “안연구소에는 나의 친척이 한 명도 없다. 그 역시 나의 의도적인 실천이다. 친척을 채용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다른 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실무자들이 소신 있게 일하기 힘들다”고 적었다.

하지만 책이 나오기 전 이미 가족을 회사 임원으로 등록한 것으로 밝혀져 과거 대기업 회장이 연루된 분식회계 사범의 구명운동에 참여했던 전력에 이어 또 한번 ‘언행불일치’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의 네거티브 대응 페이지를 통해 “안 원장 가족들은 등기이사, 감사로 재직 시 어떤 급여나 스톡옵션 등 경제적 이익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회사 설립 초창기 보수를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부 이사·감사 영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실상 가족들이 책임을 함께 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가족들이 임원으로 등재돼 있던 시기와 상황을 고려할 때, 저서에서 했던 말과도 배치될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