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박(박근혜)계 대선 경선 후보들은 5일 지난 ‘4·11총선 공천 헌금’ 파문과 관련, 경선 불참 의사를 재차 밝히며 ‘박근혜 책임론’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당을 진두지휘했고,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을 인선한 박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친박계는 비박 주자들이 끝내 불참하더라도 경선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선 일정이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상수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으로부터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을 공천위원에 임명한 것은 박 후보”라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황우여 대표 사퇴 등을 주장했던 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후보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박 후보는 우리(비박주자)들의 충정 어린 애당 행위를 해당 행위로 몰고 있다”며 “오직 자신의 추대식을 무사히 치르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현 전 의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박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안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한다고 했다. 황 대표가 사퇴하지 않으면 합동연설회와 토론회 등 경선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재차 확인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경선 일정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의 사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캠프 관계자는 “공천 헌금 문제를 황 대표가 책임지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이를 핑계삼아 경선 일정에 불참하겠다는 주자들의 행태는 더욱 말이 안 된다”며 “박 후보와 안 후보만 경선에 참여한다 하더라도 경선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박 후보는 비박주자 3인(김문수 김태호 임태희 후보)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정된 20대를 대상으로 한 정책토크 행사에 참여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들과 당 지도부가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그는 “모든 후보가 모여 일부 후보들이 제안하는 문제점과 모든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선 절차는 국민과 약속한 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지금은 당이 흔들리면 안 되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당의 결속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과 약속한 민주 경선에 매진할 때라 생각한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다만 “당 대표로서 모든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거취 문제도 연석회의에서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개혁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발족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회의에 이어 대선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에 연석회의를 열고 공천 헌금 파문에 대해 논의했다.

그렇지만 연석회의 구성원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졌다. 비박 후보들은 후보들과 당 대표, 경선관리위원장 등 7명만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박 후보 측은 최고위원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