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 군인 몰래 격리에 김정은 충격

북한 군부의 1인자였던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전격 경질된 사유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속이려 한 `최고지도자 기망죄'라는 주장이 나왔다.

탈북자 A씨는 18일 "북한 군인들 속에서 리영호가 김정은을 속이려 했다는 죄목으로 물러났다는 소문이 돈다"며 "올해 양력설에 김정은이 105탱크사단을 방문했을 때 해당 부대에서 영양실조 군인들을 사전에 격리조치했는데 김정은이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을 속이려 했다며 리영호를 질책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런 얘기를 전날 밤 북한에 있는 아들과 통화에서 전해들었다고 했다.

평양 인근 부대에서 복무 중인 A씨 아들은 A씨에게 "리영호 해임은 예견된 일"이라고 말했다.

A씨 아들에 따르면 김 1위원장은 올해 1월1일 근위서울류경수 제105탱크사단을 시찰하던 중 영양실조에 걸린 군인들만 격리한 막사를 우연히 발견하고선 군 간부들이 자신을 속이려 한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북한 군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김 1위원장의 군부대 방문이라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허약한 군인들이 김 1위원장 눈에 띄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했다는 것.
김 1위원장은 당시 "간부들이 제 역할을 못해서 병사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지도자를 속이려 했다는 것"이라며 군부대 방문을 수행한 리영호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A씨 아들은 "그 사건에 관한 소문이 군인들 사이에 퍼지면서 많은 군인이 리영호가 조만간 미움을 받아 숙청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특히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이후 리영호가 최룡해와 장성택에게 밀려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최룡해는 탱크사단내 사건을 빌미로 1월부터 리영호에 대한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아들은 "탱크사단내 사건 이후 김정은이 '군인들을 잘 먹이라'고 지시해 중국에서 식량과 돼지고기 등을 많이 들여와 군인들을 잘 먹이고 있다"며 "내가 있는 부대에도 보급상황이 갑자기 좋아지면서 살이 찐 병사도 생겨났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도 김정은이 군부대를 시찰하다가 영양실조 군인들을 격리한 막사에 들렀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다"며 "그밖에도 리영호 경질 사유에 관한 여러 소문이 있지만 진위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