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도'서 또 말 바꿔…대선자금 논란 재연될 듯
파이시티측 "`양아들' 정용욱에게도 3차례 5천만원씩 줬다"
변호인측 "대선자금 관련없다" 뒤늦게 해명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구속기소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정에서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받은 6억원은 지난 (17대) 대선의 한나라당 경선용 자금 명목이었다"고 주장했다.

최 전 위원장이 다시 대선에 쓸 용도로 불법자금을 받았다고 진술을 바꿈에 따라 대선자금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 4월25일 검찰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자신이 받은 돈을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자금으로 썼다"고 밝혔다가, 정치권에 큰 파장이 일자 하루 만에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최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장에서 수수했다고) 주장하는 8억원 가운데 2억원은 받은 사실이 없으며, 6억원도 성공한 사업가로부터 대선 경선을 위한 필요자금을 순수하게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어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다.

금품을 전달한 고향 후배 이동률(60·구속기소)씨와 최시중 위원장의 관계로 볼 때 그런 금전거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7월부터 2008년 2월까지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이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8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5월 구속 기소됐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씨는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최 전 위원장이 이정배(55) 전 파이시티 대표와 나를 서울의 한 호텔로 부르더니 `경선을 진행하려면 `언론포럼'을 운영해야 하는데 (이 전 대표가) 참여하겠나'라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이어 "이 전 대표가 이것을 자금 지원 요청으로 이해했고, 요청을 받아들여 1년간 매달 5천만원씩 최 전 위원장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2008년에 전달한 2억원은 최 전 위원장의 최측근이자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48) 전 보좌관이 먼저 요청해 광화문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건넸다고 진술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 돈을 받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는 또 정씨에게도 "개인적으로 5천만원씩 3차례 정도 별도로 줬다"고 진술했다.

지난 재판과 달리 휠체어 없이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최 전 위원장은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양손을 이마에 대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앉아있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2일 오전 10시30분 최 전 위원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결심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최 전 위원장을 대리한 법무법인 화우의 윤병철 변호사는 이날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피고인이 받은 돈의 대가성을 부인하는 차원에서 `6억원은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언론포럼의 운영비 명목 등으로 선의로 받았을 뿐, 파이시티 인허가 알선 명목으로 받은 것이 아니고 경선자금이나 대선자금과도 관련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