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대표 선거(인터넷 투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서버 다운으로 투표가 중단되면서 현재까지의 투표 결과가 전면 무효화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표 경선 자체가 차질을 빚게 됐다. 특히 지난 26일 발표된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 대한 2차 진상조사 결과에서도 총체적인 부정·부실이 재차 확인됐다. 그럼에도 옛 당권파인 이석기 김재연 의원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버텼다.

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27일 “기술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서버를 보강해 안정성을 높인 뒤 조만간 재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옛 당권파 측 김미희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비대위는 당원과 국민 앞에 사죄하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공세에 나섰다. 진보당은 28일 전국운영위원회를 열어 다음달 2일부터 6일간 실시할 재투표안을 안건으로 의결할 예정이다.

◆보이지 않는 손 작용했나

서버 장애로 투표가 중단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당권 장악을 위한 특정 정파의 고의적 행위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5일 시작된 인터넷투표는 27일 오전까지 30%의 투표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는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옛 당권파 당원은 “신주류가 선거에 불리하니 투표를 중단시킨 것 아니냐”고 했고 신당권파 측에서는 “옛 당권파 측에서 선거에 영향을 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의 재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전날 발표된 2차 진상조사에서는 총체적인 부정이 적발됐다. 온라인 투표에서 옛 당권파 당직자들이 1500여회 가깝게 미투표자 현황을 열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투표자 현황을 엑셀 파일로 10차례 다운로드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미투표자 현황에는 성명과 소속 지역위원회, 휴대폰 번호가 담겨 있다. 이렇게 내려받은 미투표자 현황 파일을 출력하거나 재전송하는 방식으로 외부에 유출한다면 대리투표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상조사특위는 밝혔다.

◆이석기 “사퇴 언급 적절치 않아”

옛 당권파의 수장 격인 이 의원은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객관성과 공정성 합리성을 전제로 한 진상보고서에 대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2차 보고서는 이를 책임진 위원장마저도 객관성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밝힌 만큼 아직 사퇴 시기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투표 중단 사태에 대해 “진보정당사에서 초유의 대형 사고”라며 “선거를 부실 관리한 정치적 책임이 (현 지도부에) 있겠지만 이를 (내가)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CNC 검찰 소환에 집단 불응

이 의원이 지난 1월까지 대표로 있던 씨엔커뮤니케이션즈의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이 회사 금영재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통보했으나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지청장 조은석) 관계자는 이날 “금 대표에게 검찰 출석을 통보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며 “장만채 전남도교육감과 장휘만 광주시교육감의 선거 홍보를 맡은 업체의 핵심 관계자가 소환에 불응하면서 선거비용 부풀리기에 대한 수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3차례 소환에 불응하면 (금 대표에 대해) 강제 구인 방식을 적용할지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순천지청은 앞서 26일 씨엔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 11명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모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호기/허란/장성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