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통령·새누리에 `대선승리전략' 맹비난…통진당 옹호도
일각선 "대선서 진보세력 실패 우려 작용"

이명박 대통령은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려는 어떤 자들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최근 국회를 둘러싼 정치상황과 맞물려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

최근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의 국가관과 대북관을 둘러싸고 이른바 `종북' 논쟁이 그 어느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발언 당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색깔론은 출로가 아니다'란 논평을 통해 "이명박 역도가 직접 나서서 `종북세력이 문제'라고 떠들고 있다"며 "남조선 보수패당의 발광적인 색깔론 소동은 보수세력의 재집권을 위한 추악한 정치테러행위"라고 공격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라디오 연설에서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는 우리 내부의 종북세력은 더 큰 문제"라며 처음으로 `종북'이란 용어를 동원해 `직격탄'을 날린 이후 북한 매체들은 연일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10일 개인필명의 논평에서 "남조선 보수패당이 종북세력 척결소동을 벌이는 저의는 보수세력의 청와대 재입성에 장애로 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말끔히 없애자는 것"이라며 "한 야당 내부에 일련의 문제가 제기된 것을 기회 삼아 종북세력 척결소동을 일으킴으로써 련북통일세력을 밑뿌리째 제거하고 중도층까지 끌어당겨 보수층의 지지기반을 더 강화해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종북좌파, 종북세력에는 미국과 일본을 배척하고 자주를 지향하며 이명박패당과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반대하고 민주를 염원하며 전쟁과 분열을 반대하고 평화와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사람이 다 포함된다.

평양을 방문해 우리에 대한 좋은 소리를 하고 성지(聖地)들도 다녀간 박근혜도 종북주의자인 셈"이라며 "필요하다면 그들이 이곳에 와서 한 말이나 행동 또는 우리와 합의한 내막들도 전부 공개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민족끼리는 8일에는 'MB는 왜 종북세력 척결소동에 기승을 부리는가'란 논평에서 "남조선의 진보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며 탄압을 선동하는 역도의 폭언이 날이 갈수록 그 도수를 더해가며 광란적으로 울려나오고 있다"며 "친인척과 측근비리의 진상이 계속 밝혀지고 보수패당 또한 `차별화'를 선언한 가긍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한 방책을 이명박은 종북세력 척결바람을 일구는 데서 찾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 종북논란의 출발점이 된 통합진보당을 옹호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우리민족끼리는 9일 "통합진보당으로 말하면 민족의 화해와 단합, 련북통일을 주장하고 99% 남조선인민들의 자주적 권리, 생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당인 것으로 하여 남조선 인민들 속에서도 지지도가 높은 진보적 야당"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일관된 주장의 골자는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종북세력을 언급하는 것은 `색깔론' 공세로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것.
그러면서 북한 매체들은 진보세력이 집권하려면 보수패당의 색깔론 공세를 반드시 짓부셔야 한다고 선동한다.

이런 선동에는 대남·대외용 매체가 앞장선다.

대외용 매체인 평양방송은 5일 논평에서 "역적패당의 진보세력 말살 책동을 수수방관한다면 보수세력이 재집권하게 되고 그렇게 될 경우 남조선 인민들은 또다시 헤아릴 수 없는 불행과 재난을 강요당하게 된다"며 "남조선 인민들은 보수패당의 파쇼적 탄압 책동을 연대연합의 위력으로 단호히 짓부셔 버려야 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북한이 이처럼 우리 사회의 종북논란 확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번 대선에서 북한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진보세력이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보수정권에 비해 대북지원에 적극적인 진보정권의 탄생을 내심 바라는 북한으로서는 최근의 종북 논쟁을 마냥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북한은 친북정권 창출을 꿈꾼다"며 "현재 한국사회 분위기가 친북정권 창출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 안달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북정권 탄생에 불리한 여론을 역전시키기 위해 북한이 `진보세력 탄압'이니 `보수패당의 재집권 의도'니 하면서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남한의 정세에 대해서도 북한식 평가를 한다"며 "과거의 경험으로 봤을 때 북한은 남한의 진보세력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따지지 않고 자기식의 정세분석에 기초해 대남비난을 해왔다"고 시각을 달리 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