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수면 매립허가 이권개입 사건으로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사진)의 ‘수백억원 괴자금’ 수사가 방향을 잃은 채 실체 규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검찰은 스스로 “수백억원 규모의 차명 자금이 포착됐다”고 밝혔으나 이 자금의 존재 유무에 대해 22일까지도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한 데다 며칠 만에 이를 번복하는 듯한 발표까지 해 의혹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뭉칫돈, 과연 존재하나

검찰은 지난 18일 “건평씨 주변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발견됐다”고만 발표했을 뿐 정확한 규모와 사용처, 조성경위, 관련자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선상에는 건평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전기제조업체 KEP와 건평씨의 자금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지역의 지인 박영재 씨가 소유주인 영재고철 간 돈거래가 올라 있다. 검찰이 제기한 뭉칫돈 의혹은 이 통장의 2005년부터 2008년 5월까지 거래 내역이다.

실체가 불분명한 의혹이 커지자 박씨는 동생 석재씨 명의의 계좌를 최근 공개했다. 2005년부터 2008년 5월까지 총 거래 횟수는 1만7000여차례로 거래 규모는 1079억원이었다. 539억원이 입금됐고 540억원이 출금돼 현재 잔액은 260만원이다. 검찰이 처음 밝힌 수백억원 규모의 거액 뭉칫돈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3년간 용처를 알 수 없는 현금 100억여원이 이 계좌에서 정기적으로 빠져나갔다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100억원 현금은 정기적으로 400여차례에 걸쳐 빠져나갔다. 수사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돈이 출금된 곳이 모두 확인되면 뭉칫돈에 대한 실체가 가닥잡힐 수도 있게 된다.

박씨 형제가 2010년 경매로 사들인 철판절단 공장을 건평씨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달 10일 코스닥 상장사인 S사에 100억원에 매각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거래에도 확대경을 들이대고 있다.

◆뭉칫돈, 건평씨와 직접 관계는

검찰은 빠져나간 현금 100억원의 유력한 전주로 건평씨를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영재고철이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남 거제의 대형조선소들과 거래를 시작해 급성장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영재고철 성장배경에 건평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주변 고철업체 관계자는 “김해의 공단에서 고철을 처리하던 소규모 업체가 대기업의 물량을 따낼 수 있었던 데는 건평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런 소문은 오래전부터 파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재 씨는 대형조선소와의 거래는 노 대통령 취임 전에 시작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23일)를 앞둔 시점에서 시작됐고 건평씨에 대한 기소 여부는 23일 이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검찰의 수사 배경에 의심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노 전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창원=강종효 기자 k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