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비리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사업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75)을 25일 오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나온 최 전 위원장은 기자들이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등을 묻자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만 짧게 답하고 조사를 받기 위해 대검 청사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언론노조 조합원 5~6명이 '언론장악 몸통 최시중 구속, 낙하산 퇴출'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하고 최 전 위원장의 검찰 출석을 취재하려는 기자 수십명이 대검 청사 입구에 몰려 한데 뒤엉키면서 소란이 빚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을 조사한 뒤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시티 전 대표 이모 씨(55)는 2007~2008년 최 전 위원장에게 복합유통단지 인허가 청탁을 해달라는 명목으로 건설업체 대표이자 최 전 위원장의 중학교 후배인 브로커 이모 씨(61ㆍ구속)에게 11억여 원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최 전 위원장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간 정황을 포착했다. 이 가운데 5~6억 원 가량이 최 전 위원장에게 전해진 것으로 보고 실제로 인허가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장은 23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받기는 했지만 인허가 청탁의 대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돈의 액수와 사용처,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최 전 위원장이 대선 당시 여론조사 등 정치에 필요한 비용으로 돈을 썼다고 밝힘에 따라 이번 수사가 대선 자금 수사로 확대될지 관심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파이시티 인허가에 관한 로비와 금품수수 수사를 하고 있다"며 대선자금 수사로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혐의가 나오는 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브로커 이씨가 박영준(62)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거액을 받아갔다는 파이시티 전 대표 이씨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박 전 차관의 경우 아직 파이시티 전 대표의 진술 정도만 있을 뿐 구체적인 증거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자금의 흐름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도 병행하고 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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