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내부 불협화음에 경선룰 다툼까지..대선 위기감

18대 대선이 8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권의 내부 사정이 생각보다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양상이다.

`디도스 공격', `전대 돈봉투' 등 각종 악재로 벼랑 끝 위기에 섰다가 4ㆍ11 총선 승리를 통해 화려하게 부활하는가 했더니 예상치 못한 여러 돌발 변수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여권 전체가 흔들거리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내부의 힘겨루기 양상, 대선후보 `경선 룰' 다툼, 대선자금 수사로 비화될 수 있는 `최시중 악재' 등 하나하나가 메가톤급 폭발력을 지닌 사안들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대선 위기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확실하게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24일 "역대로 임기 말에 되풀이되는 현상들이 그대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 친박 내부 불협화음..새 지도부 구성도 영향 = 새누리당의 주류로 자리매김한 친박 내부의 기류가 복잡하다.

비주류 당시 한목소리를 내던 때와 달리 각종 사안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물론 측근들 간의 불협화음이나 알력도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다가 정권도 잡기 전에 권력다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총선을 거치며 영남, 그중에서도 TK(대구ㆍ경북) 의원들이 확고하게 주류를 형성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과 개혁성향 의원 및 비상대책위 출신 인사들이 서로 부딪히는 형국이다.

먼저 친박 세력재편 과정에서 입지가 위축된 개혁 성향의 유승민 의원과 이번 총선에서 낙천한 이혜훈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친박 내부를 향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고, 이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이라고 말했다.

미온대처 논란을 빚은 김형태ㆍ문대성 당선자 처리 과정에서 누군가 박 위원장에게 부적절한 조언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당장 영남권 친박 실세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김종인 전 비대위원은 경제민주화를 고리로 친박 경제통 인사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라는 사람들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약간 비판적 자세를 취하고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거기에 추종했다가는 별로 좋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 발언 역시 영남 실세 의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장과 당 대표, 원내대표 등 차기 여의도 권력 `빅3' 라인업 문제도 다소 엉켜 있는 양상이다.

특정인이 특정인을 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현재 `비영남 대표-영남 원내대표' 조합이 거론되는 가운데 친박 주류측의 논의 과정에서 어떻게 정리될지 주목된다.


◇ 대선후보 `경선 룰' 다툼 가열 =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골칫거리다. 자칫 고질적인 계파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


`키'를 쥐고 있는 박 위원장이 전날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의 룰(rule)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하는 것"이라며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비박(非朴ㆍ비박근혜) 잠룡들의 공세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위원장 자신은 이회창 총재가 압도적 대세이던 지난 2002년 당시 경선 룰을 고치자고 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했다"면서 "그런 자신의 경험과 요구를 다 잊어버린 듯 말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출사표를 던진 첫 비박 주자로서 완전국민경선제 수용을 거듭 촉구하는 방식으로 박 위원장에게 확실한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정몽준 전 대표도 전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선수가 룰에 맞춰야 한다'고 하는데 정치인은 시대변화에 맞춰야 한다.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나요"라면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 아닌가요"라고 꼬집었다.


친박 인사들은 "판을 깨려는 것이냐", "박 위원장에 대한 교묘한 흠집내기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친박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지율 1∼2%가 대통령이 되는 방법이 존재한다면 그야말로 세계 토픽감"이라면서 "화면조정 시간대의 시청률로 프라임타임 시간대를 차지하겠다는 발상 아니냐"고 비판했다.


친박 안홍준 정책위부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지사에 대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흥행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만 지사직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 지사직을 대통령 출마를 위한 입신의 중간단계로만 생각하는 것으로, 도민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고, 새누리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與 `최시중 악재' 당혹.. 새누리는 거리두기 =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이 터지자 여권 전체가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한때 `대통령 멘토'로 불릴 만큼 그의 정치적 비중이 남다른데다 지난 대선과정과 현 정부에서 그가 한 역할을 감안할 때 검찰수사의 향배에 따라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대로 엇갈린 셈법 속에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이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이어질 경우 그 불똥이 청와대까지 튈 수 있다는 점을,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를 통해 겨우 자리를 잡아놓은 대선구도가 한꺼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각각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당'으로 탈바꿈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구(舊)주류 내부의 사안"이라고 서둘러 차단막을 치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비대위원장 본인도 전날 강원도 방문길에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서 모든 것을 처리해야 된다"며 강경 목소리를 냈다.


구주류 친이(친이명박)와 대척점에 있으면서 대선을 주도적으로 치러야 할 친박 내부에선 "뭐 좀 해볼 만하면 발목이 잡힌다"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박 관계자는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대부분 친이계의 과거사"라면서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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