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에서 여성 신인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 인재근 민주당 후보는 60%에 가까운 득표율로 유경희 새누리당 후보를 크게 이겼다. 인 후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조국 서울대 교수의 공개 지지 속에서 선거전 초반부터 우세를 지켜왔다.

서울 중랑갑에서는 서영교 민주당 후보가 여권의 김정(새누리당)·유정현(무소속) 후보의 단일화 실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서 후보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신인 여성 대 3선 여성’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 광명을에선 변호사 출신인 이언주 민주당 후보가 전재희 새누리당 의원을 이겼다. 고양 일산동구에 출마한 유은혜 민주당 후보는 일산시장을 지낸 강현석 새누리당 후보를 눌렀다. 유 후보는 김 고문의 보좌관과 한명숙 대표의 공보특보를 지냈다.

성남 중원에서는 야권 연대 후보로 나선 김미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신상진 새누리당 후보를 가까스로 앞섰다. 약사 출신인 김 후보는 민주노동당 경기 도의원을 지냈다. 전북 익산을에선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소장을 지낸 전정희 민주당 후보가 공천 탈락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배숙 의원을 크게 앞섰다. 광주 서갑에서도 박혜자 민주당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온 조영택 후보를 눌렀다. 박 후보는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로 전남도청 복지여성국장을 지냈다. 대구 북갑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한 권은희 전 KT 상무는 상대 후보를 가뿐히 제치고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17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돌아온 히로인’도 여럿이다. 민주당에서는 유승희(서울 성북을)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김현미(고양일산서) 전 비례대표 의원이 각각 지역구를 통해 재선에 성공했다. 17대에서 최연소 국회의원이던 김희정 전 청와대 대변인(새누리당)도 자신의 지역구였던 부산 연제를 재탈환했다. 한편 비례대표로 18대에 입성한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경기 부천 소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미경(은평갑)·추미애(광진을)·박영선(구로을) 민주당 의원 등 중진 여성 정치인들은 각각 5·4·3선 의원을 바라보게 됐다. 이로써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총선에는 전체 63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했다. 당초 30%를 여성 후보로 공천하겠다고 밝힌 새누리당은 지역구에 16명(6.5%)을 공천하는 데 그쳤다. 지역구 15% 여성 공천을 약속한 민주당도 21명(8.5%)만 공천했다. 그밖에 통합진보당 7명, 무소속 7명, 진보신당 4명, 정통민주당 3명 등이 출마했다.

정당별 여성 후보의 성적표는 민주당의 압승이다. 새누리당은 ‘텃밭’인 대구 북갑, 부산 연제, 서울 송파 갑을 제외하곤 패했다. 반면 서울과 경기에서만 13명의 후보를 낸 민주당은 서초을과 양천갑을 제외하곤 모두 승리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