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이 새로운 정치 역사를 썼다.

역대 7번 총선(1998년 재보선 제외)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정치1번지 종로'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산업자원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대표라는 화려한 정치경력에도 불구하고 호남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 정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명실상부한 전국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됐다.

정 대표는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공식화했다.

정 대표는 2009년 4월 재보선을 앞두고 4선을 한 지역구인 전북 진안군ㆍ무주군ㆍ장수군ㆍ임실군을 떠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말 종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후 철저한 현장 밀착형 선거운동을 하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정 대표는 특히 `정권심판론'을 전면에 내걸고 "종로에서의 선거 결과가 총선 승리의 바로미터다.

민주당이 종로에서 승리해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최측근인 홍사덕 후보에 대한 공천이 확정된 이후 대립구도는 더욱 선명해졌다.

정 후보는 "박 비대위원장과 홍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4년 실정에 대한 공동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선거전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전 양상을 띠었다.

일례로 KBSㆍMBCㆍSBS 방송3사가 지난 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37.1%)가 홍 후보(33.2%)에 3.9% 포인트 앞섰으나 1∼2일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는 홍 후보(36.0%)가 정 후보(32.1%)에 앞섰다.

이날 정 후보의 승리는 의석 한 석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서울 종로는 수도 서울의 심장부이자 이명박(96년 총선)ㆍ노무현(98년 재선거) 대통령 두 명을 배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정 후보 개인으로 보면 정치인생 16년만에 일대 전기를 맞게 됐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 비대위원장의 최측근을 꺾었다는 점에서 야권의 대권주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정 후보는 현재까지는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3% 안팎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정 후보는 총선이 끝난 직후 캠프 조직을 정비하는 등 대권가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당내 인사로 거듭난 만큼 서울 조직을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는게 정 후보 측의 전언이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종로에서의 승리가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총선을 계기로 대선 후보 지지도가 두자릿수로 상승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