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4월의 이변'…진보 독주 우려에 보수 결집
[4·11 총선] '4월의 이변'…진보 독주 우려에 보수 결집
새누리당이 예상을 깨고 ‘4·11 총선’에서 제1당을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선거를 직접 진두지휘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박풍’이 예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이념 대립이 심화되면서 ‘거야(巨野)’ 출현에 대한 견제심리를 발동한 보수 진영이 총결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전 초반 단독 과반, 또는 제1당이 유력시됐던 민주통합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약진했지만 영남은 물론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야도(野道)로 돌아섰던 강원과 충청에서의 패배는 뼈아프다. 한명숙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11일 개표방송 결과 새누리당은 246개 지역구 가운데 127개 지역에서 1위를 달렸다. 비례대표 당선권 25석을 합쳐 단독 과반에 육박했다. 영남 68곳 가운데 단 3곳을 제외한 65곳에서 1위를 달리며 영남 텃밭을 공고하게 지켰다.

특히 강원과 충청에서의 약진이 지역구 의석 수에서 선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강원 9개 선거구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고, 야권의 강세지역이었던 충북에서도 민주당에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박 위원장은 당초 100석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고전이 예상됐던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선거 여왕’의 위용을 또 한번 발휘했다. “말바꾸기 하는 거대 야당의 출현을 막아달라”는 ‘야당 심판론’이 일정 부분 강원과 충청 지역에서 먹혔다는 분석이다. 충청에선 지역의 맹주였던 자유선진당의 몰락이 새누리당에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도 지적된다. 강원과 충청권이 ‘박정희 향수’가 강한 지역이라는 특성도 이번 선거결과에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초 제1당이 유력시됐던 민주당은 개표 결과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이기던 지역까지 새누리당에 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전당대회 직후 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을 앞서면서 제1당을 넘어 단독 과반까지 넘보던 상황에 비춰볼 때 강원, 충청권 결과는 ‘참패 성적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비위 의혹 전력자와 특정 인맥 주도의 공천 잡음,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말바꾸기 논란, ‘김용민 막말’ 파문 등 총선 정국 들어 악재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표심을 잃었다.

수도권에서 유권자들이 ‘MB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게 그나마 위안이다. 이번 총선을 진두지휘한 한명숙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조기에 대선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