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탈북자, 필리핀 이주여성, 첫 여성 태릉선수촌장,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 ‘접시꽃 당신’을 쓴 시인.

19대 국회에 입성하는 여야의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 4번에 공천된 조명철 전 통일교육원장(53)은 11일 탈북자 출신 중 처음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조 전 원장은 북한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1994년 탈북했고, 이후 통일국제협력팀장 등을 역임하며 대북 전문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탈북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고위공무원단 가급(1급)에 해당하는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원장에 임명됐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인 이자스민 전 서울시 글로벌센터 홍보팀장(35)은 헌정 사상 최초로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이 된다. 그는 필리핀에 출장온 남편을 만나 1995년 결혼했고, 1998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이주 여성 봉사단체에서 활동했고, 영화 ‘완득이’에 ‘완득이 엄마’로 출연했다.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로 손꼽히는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53)과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의 주치의로 알려진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48)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MB노믹스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62)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만들었던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53)도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친(親)노동, 반(反)대기업’ 인사들이 대거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돼 국회에 입성한 전순옥 ‘참신나는옷’ 대표(58)는 노동운동계의 상징인 전태일의 여동생이다. 비정규직 전문가인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49), 한정애 산업안전공단 노조위원장(47), 김기준 금융노조 위원장(54) 등 대표적인 노동계 인사도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개혁을 주도했던 홍종학 가천대 교수(53)와 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장을 지낸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59)도 19대 국회의원 명부에 이름을 올린다.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들도 눈에 띈다. 민변여성인권위 위원장인 진선미 변호사(44)를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출신의 남윤인순 최고위원(53), 김기식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47)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 도종환 씨(69)와 최동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50), 부산일보 해직기자인 배재정 씨(45), 백군기 전 특전사령부 사령관(62) 등도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됐다.

도병욱/허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