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규제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과태료가 1000만원에 이를 만큼 강력한 규제 의지를 담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날 법안 통과를 앞두고 지자체 조례 개정을 끝낸 뒤 공포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서는 이미 휴일 강제 휴업을 실시하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22일부터 매월 2,4주 일요일로 통일해 강제 휴업하기로 했다. 밤 12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영업할 수도 없다.

일요일 매출이 한 달 평균 수입의 20%에 달하는 대형마트다. 한 달에 두 번 쉴 경우 산술적으로는 10%의 매출 감소가 불보듯 뻔하다. SSM도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의류 등 비식품의 경우는 주로 일요일에 판매된다. 마트와 SSM 업계의 매출 감소는 자연스레 인력감축과 시설 축소로 이어진다. 결국 영업규제는 마트 매장을 임대해 장사하는 영세 상인들에게 오히려 큰 피해를 준다. 각종 편의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들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유통을 모르는 관료들이 그저 시장 영세상인 보호라는 명분 속에 유통생태계를 망치고 있는 형국이다.

전통시장은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20년간 지속적이고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단순히 시설 현대화만 보조받은 것이 아니라 문화와 관광기능을 포함시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지원금을 타냈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복잡 다기한 소비자들의 기호를 끌어들이는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경쟁에서 뒤처져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 결과 국내 유통산업의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 도소매업종의 1인당 부가가치 창출액은 미국에 비해 4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유통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유통단계를 줄이고 중간 마진을 없애 소비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물가도 이 과정에서 떨어진다. 그게 산업의 발전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만든 유통산업발전법은 이 생리를 파괴하는 유통산업 금지법에 불과하다. 이러다간 규제의 영역 밖에서 부산 상권을 치고 들어온다는 일본 마트가 전국을 휩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