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지난해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고위 공직자들은 10명 중 6명의 재산이 늘었다. 고위 공직자의 평균 재산총액 증가액은 2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고위 공직자 재산 변동] 부동산·주식 약세에도 61% 재산 늘어…325명 1억 이상 증가

◆61%가 증가, 평균 재산도 상승

올해 재산 변동내역 공개 대상인 입법·사법·행정부 1급 이상 2346명의 고위 공직자 가운데 61.2%인 1436명의 재산이 늘었다. 1년 전 대상자 중 70.0%의 재산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자 비율은 8.8%포인트 감소했지만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증가세는 해마다 계속되고 있다. 행정부 고위 공직자(1844명)의 신고재산 평균은 11억82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00만원 증가했다. 재산을 불린 행정부 고위 공직자는 1147명(62.2%)으로, 325명(17.6%)이 1억원 이상 늘었다. 이 중 10명은 10억원 이상 재산을 불렸다.

고위 공직자 중 재산 1위는 전혜경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이었다. 전 원장은 309억6900여만원을 신고해 3년 연속 수위에 올랐지만 금융파생상품 투자 손실 등으로 지난해보다 22억원 줄었다.

◆“불황기엔 저축이 최고”

공직자의 대부분은 주식, 부동산, 예금 등에 재산을 분산 투자하고 있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원칙에 맞춰 자산을 분배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자산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재산증가의 ‘효자’는 예금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공직자 재산공개에선 급여저축 등 자산관리를 통해 재산을 증식했다고 신고한 공직자들이 많았다. 대통령실 공직자 10명 중 5명이 급여 저축 등으로 전년보다 재산을 늘렸다. 국무위원 17명 중에서도 김황식 총리를 비롯해 3명이 저축을 통해 재산을 증식했다. 시·도 교육감 중에선 전체 16명 중 절반이 넘는 9명이 급여 저축을 통해 재산이 늘었다고 신고했다.

부동산 공시 가격 상승도 재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개별 공시지가는 2.6%, 공동주택 공시 가격은 0.3% 상승했다. 다만 상승폭이 2010년(개별공시지가 3.0%, 공동주택 공시가격 4.9%)보다는 적고 지역별 편차도 커 그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 수장들 재산은 대부분 감소

경제·금융 정책기관 수장들의 재산은 전년도에 비해 대부분 감소하면서 재테크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경제부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산은 소폭 감소한 7억5562만원으로, 국무위원 중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특히 금융기관 등의 채무가 8억4155만원으로, 국무위원 중 가장 많았다. 박 장관은 경기도 분당 전셋집(6억3000만원) 구입으로 인한 채무가 많았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년 전에 비해 9871만원 줄어든 23억176만원을 신고했다. 보유 중인 펀드가액 변동에 따라 재산이 감소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재산도 10억1098만원으로 7756만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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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신고 대상자 상당수 ‘고지 거부’

재산 신고 대상자 가운데 직계 존·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하는 사례는 여전했다. 행정부 고지거부자는 공개대상자 대비 26.6%(490명)다. 외교통상부 소속 배재현 의전장은 고지거부를 신청했다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공개했다. 그의 재산은 6억1787만원 증가해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중 총액 증가규모 9위에 올랐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6월 말까지 신고 내역을 심사해 허위·부실 신고가 적발되면 과태료 부과, 징계요구 조치를 할 계획이다.

김태철/강경민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