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엊그제 해군기지 발파작업이 시작된 제주 강정마을까지 직접 찾아가 마이크를 잡았다. 야권 연대를 이뤄 총선에서 승리한 다음 해군기지 공사를 반드시 중단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아예 현장에서 기지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해군 단장에게 민주당이 집권하면 당신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얼마 전 미국 대사관 앞에 몰려가 자신들이 집권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며 시위를 벌였던 민주당이다.

민주당이라면 언제든지 집권 가능한 정당이다. 그런 정당이 외국과의 통상 협정과 국가 안보를 위한 핵심시설 건설을 선거 이슈화하는 것도 모자라 툭하면 거리에 나서 반대시위까지 벌이고 있으니 실로 답답한 일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집권하던 시절 스스로 결정한 사안이다. 한 대표는 총리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을 앞장서 옹호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명박의 FTA’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는 한껏 불가피론을 펼치더니 지금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이 계획을 바꿨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결사 반대로 돌아섰다. 이 정도면 말바꾸기 정도가 아니라, 야당 대표가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고문에게 노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다는 사람이 한·미 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민주당이 이 두 사안에 대해 처음부터 이 같은 초강경 주장을 펼쳐온 것도 아니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전면 폐기가 아닌 재재협상이 당론이었고, 제주 해군기지도 건설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닌 조건부 반대였다. 표를 쫓아 연대를 추진하면서 통합진보당의 주장을 수용하다 보니 지금 같은 상황에 치달은 것이다. 극좌 논리로 반대만을 일삼는다면 이는 책임지지 않는 시민단체에 불과하다. 수권정당은 기본적으로 시민단체와는 논리와 행동이 달라야 한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으로 선거 전략을 삼는 정당을 누가 신뢰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