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정치인부터 지하철 타라
미국은 최근 휘발유값이 갤런(약 3.78)당 4달러까지 급등하면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보다 기름값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싼 한국은 조용하다. 서민들만 치솟는 기름값에 한숨쉴 뿐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기름값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미국인들은 일부 악덕 석유 투자자들이 이란 사태를 핑계 대며 기름값을 마구 올리고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 경제는 불과 2.5%가량 성장했을 뿐인데 기름값이 19%나 뛰는 상황에서는 미국경제 회복을 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계획은 실패한 것이란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치솟는 기름값에 선전포고를 했다.

미국 정부는 우선 60일간 총 7억2700만배럴의 전략 비축유 보유분 가운데 일부를 풀기로 했다. 또 지난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량을 최소 20% 늘리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악덕 석유 업자들의 횡포를 제재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데 잠정 합의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치솟는 기름값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가. 별로 뾰족한 수가 없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지금 전 세계가 에너지 보존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은 그만큼 돈이 덜 드는 다른 방도를 찾는다. 도로에 차가 훨씬 줄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에 달했는데도 소비는 지난해보다 7%더 늘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국회의원과 고위 공무원부터 차를 집에 놔두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