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심위원장 "민주, 국민 가볍게 봐"…이틀째 공천 표류
민주통합당의 공천 갈등이 심화되면서 공천심사가 표류하고 있다.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은 당 지도부의 공천 개입에 반발, 지도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틀째 업무을 중단한 채 ‘시위’를 계속했다.

공천에서 탈락한 옛 민주계 인사들은 집단 탈당해 ‘민주동우회’(가칭)를 결성, 4·11 총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강 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이 어제 공천심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무산시킨 것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 국민에게 겸허하게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어제 기자회견이 약속돼 있어 내가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기자회견이라는 게 국민과의 약속인데 당이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가”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어 “민주당이 합당할 때만 해도 국민을 무겁게 생각하고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선거 열기가 높아지면서 당선에 연연해하며 국민을 잠시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공천심사 결과가 일부 언론을 통해 미리 공개된 것에 대해서도 “공심위 내부 신뢰가 금이 갈 수도 있는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반성해야 하고 당 지도부도 공천 내용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천이 계파 나눠먹기식’이라는 지적에 대해 강 위원장은 “힘 있는 사람의 수신호로 결정되는 공천이 아니라 철저하게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 없이 엄격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심사했다고 자부한다”고 주장했다.

심사 재개 여부와 관련해선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선 공천심사를 할 수 없다”며 “당이 좀 겸허해야 하고 국민에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의사 표현이 있은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틀째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이날 한명숙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강 위원장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공심위의 지적을 수용한다.

민주당이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는 한 대표의 약속을 받아냈다. 공천심사는 2일 재개된다.

한편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관악갑)는 함께 탈락한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중랑을) 등 옛 민주당 인사들과 ‘민주동우회’라는 연대기구를 만들어 출마하는 방안을 2일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호남에서 탈락하는 현역 의원들까지 가세하면 민주당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