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선거 1표에 비용 27만원…국내의 22배
‘4·11 총선’과 대선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상됐던 재외국민 선거가 허술한 준비로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됐다. 재외국민 선거 등록률이 5%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의 무대책, 무책임이 낳은 총체적 부실선거라는 분석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9일 현재 재외선거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사람은 모두 9만9163명. 전체 예상 유권자 223만6800여명의 4.43%에 불과하다. 등록 마감일(11일)을 불과 이틀 남겨 놓은 상황이어서 최종 등록률은 5% 안팎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저조한 등록률로 인해 재외선거가 국내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돈을 낭비하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재외선거 홍보 등 명목으로 80억원을 사용했고, 올해 선거관리 비용으로 216억원이 책정됐다. 최종등록률을 5%(약11만명)로 가정하고 이들이 모두 투표장에 간다고 한다면 표당 투표 비용은 약 27만원이다. 국내 투표의 비용(표당 약 1만2000원)에 비해 22.5배에 달한다. 통상 투표율 70%를 가정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부실선거의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재외국민 선거 도입은 2007년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공직선거법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검토됐다. 국회는 2009년 2월 관련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19세 이상 한국 국적의 영주권자에게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고 주민등록이 있는 일시 해외 체류자와 국내 거소 신고를 한 영주권자도 외국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렇지만 투표 방법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맞섰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실시하는 우편 투표와 모바일 투표에 대해 새누리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투표 장소는 공관으로 한정됐다.

지난해 실시된 모의 투표에서 공관과 멀리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은 선거등록과 투표에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법 선거 운동 단속 어려움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 됐지만 정치권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