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새누리당 정책쇄신분과위원장(비대위원)이 8일 당의 정책 추진에 대한 무용론을 제기하며 “당분간 정책쇄신분과 회의를 주재하지 않겠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가 두 시간 만에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김 위원은 이날 정책쇄신분과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배척받은 점을 분명히 알고 정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당이) 기본적으로 정책쇄신이 무엇인지 인식이 돼 있지 않다”며 “그렇게 되면 분과는 더 이상 할 게 없고, (그래서) 앞으로 당분간 회의를 주재하지 않겠다”고 작심한 듯 공개적으로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옛날 사고방식, 옛날 한나라당처럼 가면 이번 4·11 총선에서 결과적으로 지난 4년간 이 대통령이 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그럼에도 아무런 변화를 하지 못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면 총선 결과도 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재벌개혁 논의에 대해서도 “조금만 기업에 제재가 갈 것 같으면 금방 경제가 무너질 듯 받아들여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김 위원은 이 같은 발언을 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당이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회의를) 할 이유가 없다”며 “당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가 끝난 뒤 이주영 정책위 의장은 “공천 문제가 본격 거론되는 시기까지는 분과에서 정책 문제를 더 다룰 필요가 있다는 비대위원들의 뜻을 모아 취지를 전달했고 김 위원도 이에 동의해 앞으로도 회의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해프닝은 대기업 정책과 세제 개편 등 김 위원의 정책 쇄신 방향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를 제기하고, 이 때문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사퇴 카드를 앞세워 비대위를 흔드는 세력을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정몽준 전 대표는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대통령이 비판받은 이유가 소통을 하지 않고 정치를 무시하며 잘못해도 사과를 안 하는 점”이라며 “그런데 비대위가 이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