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네이밍(작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책이 대상이다. 지난해 서울시 주민투표의 승패를 가른 건 민주당에서 내세웠던 ‘나쁜 투표, 착한 거부’ 슬로건이었다. 잘 지은 이름 하나가 선거 승패를 가른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네이밍은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름값’은 그만큼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야당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세폭탄’으로, 대북 지원을 ‘퍼주기’로 네이밍해 열린우리당을 곤혹스럽게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역전됐다.

민주당은 ‘나쁜 투표’ 외에도 ‘강부자·고소영 내각’(강남부자·고려대·소망교회·영남내각), ‘미친소’(미국산 쇠고기) 네이밍으로 재미를 봤다. 한 관계자는 “네이밍도 중요하지만 정책 안에 실행가능한 핵심 공약을 담아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중순 총선공약개발단을 꾸리면서 이름을 ‘정책구단’으로 지었다. 정책구단의 ‘구’는 ‘구할 구(求)’에서 따왔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주고 구해주자는 뜻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주부 9단’처럼 ‘정책 9단’으로도 읽혀 정책 입안 경험이 풍부한 집권여당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행복·민생·미래·경제·안보·정치구단으로 구성되며 구단별로 각각 2~5개의 팀이 꾸려졌다. 행복구단 산하 맞춤형복지팀부터 정치구단 산하 생활안전팀까지 총 6개 구단 21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5가지 실천약속을 제시하고 일자리·교육비·주거·보육·노후 등 5가지 부분에서 ‘걱정없는 우리집’을 만든다는 대국민 약속도 제안하기로 했다.

민주통합당은 ‘정책반란’ 컨셉트로 맞불을 놓았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되 실효성과 참신성을 갖춘 대안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이용섭 정책위 의장은 “시대 흐름과 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MB노믹스’에 대한 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겠다”며 “유쾌한 정책 반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의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로잡겠다며 ‘반란’이란 단어를, 속 시원한 정책을 내놓겠다는 의미로 ‘유쾌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달 재벌세 도입을 시작으로 잇따라 내놓고 있는 공약에는 모두 행복 미래 양극화 해소 등 긍정적 의미를 담았다.

재벌세 용어를 제시했다가 곧바로 폐기한 건 자칫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정은/허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