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박근혜 누가 대통령 돼도 韓은 천국"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4·11 총선을 겨냥해 쏟아내는 선거 공약들은 너무도 아름답다. 새누리당은 우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한다. 600만 비정규직이 차별 해소의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 대학생에게 1년간 등록금을 면제하고 정년연장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다. 만 5세 이하 아동에 23만원의 양육수당을 제공하겠다는 공약은 진작에 내놓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진다는 좋은 자세다.

민주당의 공약도 눈부시다. 대기업들은 청년 고용을 매년 3%씩 늘리도록 의무화하고 미취업 청년에겐 최저 임금의 80%를 지급하겠다고 소리친다. 물론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은 기본 정책이다. 곧 무상주거의 신기원을 여는 매력적인 부동산 정책도 발표될 것이다. 평생 집을 사지 않아도 좋고 껌값 정도의 임대료면 충분할 것이다. 사립대 의존도가 큰 지금의 대학구조를 개혁해 사립대를 정부가 모두 사들여 국공립대로 바꾸면 대학생의 50%가 국공립대생이 되면서 학비 부담도 대폭 낮아진다. 새누리당이 됐건 새천년당이 됐건 어떤 당이 집권해도 드디어 천국의 문이 열리고 안락함과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될 모양이다. 절망과 나락에 빠진 한국인을 구원할 메시아도 모두 지상으로 강림할 준비를 끝내가는 것 같다. 물론 정당들이 이런 아름다운 공약을 내놓는 것은 선거에서 약발이 통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자체 선거에서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워 크게 히트 친 적이 있다.

그렇게 한국은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이 서로 호응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대한민국, 지상천국에 가까운 그런 나라로 변해갈 것이 기대되고 있다.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광기이거나 미친 정치가 아니라면 이런 지상천국 대망론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국민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국민의 평균적인 투표성향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민주주의의 타락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은 누구나 천국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