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는 김정은, 충성해야' 내용 주류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언'이 잇따라 공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19일 김 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된 뒤 북한 매체는 그가 생전에 했다는 발언 내용을 유훈(遺訓)이라며 속속 소개하고 있다.

절대권력자로 군림한 김 위원장의 사소한 발언이나 정책적 지시도 북한 당국에는 가르침을 의미하는 유훈으로 불리지만 사실상 유언인 셈이다.

유언 내용을 살펴보면 김 위원장 유고시 아들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해야 하고 그에게 당·정·군이 충성을 다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이 분명히 말했다는 내용이 주류다.

3일 연합뉴스가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를 분석한 결과,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전날 `뜨거운 새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백두에서 시작된 주체혁명위업은 우리 대장에 의하여 빛나게 계승될 것이라고 지적하시였다"고 밝혔다.

`우리 대장'은 `청년 대장'으로 불렸던 김 부위원장을 가리킨다.

김 위원장이 생전에 김 부위원장에게 권력을 물려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는 셈이다.

북한이 이런 중요한 내용을 대대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한 매체를 통해 `끼워넣기' 식으로 슬그머니 공개한 배경이 주목된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30일 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김정일 위원장의 10월8일 유훈'에 따라 김 부위원장을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고 북한매체들이 다음날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북한은 김 위원장이 작년 10월8일 어떤 자리에서 어떤 식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또 김기남 노동당 비서는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 추모를 위해 평양에서 열린 중앙추도대회에서 연설을 통해 "김정일 동지께서 모든 당원들과 근로자들이 우리 대장님께 충실하고 그의 영도를 잘 받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등단한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도 "인민군대가 자기의 영예로운 사명과 임무를 다하자면 김정은 대장을 잘 받들고 그의 영도에 끝없이 충실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매체나 고위간부들이 전한 것처럼 김 위원장이 생전에 `대장 김정은'을 후계자라고 못박고 그에 대한 충성을 지시하는 발언을 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김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후계문제를 걱정하면서 비밀파티와 회의 등에서 측근들에게 김 부위원장을 잘 보좌하라고 강조하며 비슷한 취지로 말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북한 당국이 김정은 체제의 조기안정을 꾀하려고 김 위원장 사후에 그의 발언이라며 `포장(?)'해냈을 개연성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