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매체 "올빼미도 슬퍼해…천지 땅울림·개성엔 번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 매체는 `신기한 자연현상'을 연일 소개하고 있다.

매체들은 김 위원장 사망을 전후로 목격자들까지 동원해 특이한 자연현상이 잇따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우상화하고 추도 열기를 띄우고 있는데 사실로 믿기 어려운 내용이 대부분이다.

북한에서 일어났다는 흥미로운 자연현상은 새들이 조의식장 주변에서 슬피 운다는 것부터 한겨울에 보기 드문 번개 등의 기상이변까지 다양하다.

◇비둘기부터 백학까지 조류 총동원 = 김 위원장을 띄우는 데 가장 많이 동원된 동물은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새들이다.

북한 매체는 일종의 의인화 기법을 활용해 주민뿐 아니라 새들도 김 위원장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은 26일 "지난 23일 저녁 이름 모를 새가 자남산 언덕에 높이 모신 어버이 수령님의 동상 어깨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 드린 이야기가 전해져 많은 사람의 가슴을 더욱 젖어들게 하고 있다"며 목격자들의 증언까지 소개했다.

개성시 혁명사적관의 김은숙 강사는 방송에서 "호상(護喪)을 서며 자책감으로 가슴을 진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둘기보다 큰 하얀 새가 수령님의 동상 어깨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날려보냈다"고 전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런 보도에 빠지지 않는다.

노동신문은 이날 `신기한 현상'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위원장의 신격화에 올빼미와 접동새, 독수리를 동원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사망한 당일인 17일 오후부터 매일 `12월5일청년광산' 작업장에 올빼미들이 모여들어 슬피 울었다며 "올빼미들은 조의식장 창문에까지 날아들며 슬픔에 잠긴 사람들에게 추모의 감정을 더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문에 따르면 지난 23일 0시 황해북도 인산군의 당위원회 조의식장에 겨울철새가 아닌 접동새가 갑자기 찾아와 10분간 슬프게 울었고, 지난 21일 오후에는 황해북도 연산군 내 한 광산의 조의식장 상공에는 독수리 7마리가 나타나 23바퀴를 돌고 평양 방면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 이틀 전인 24일에는 노동신문이 송남탄광기계공장 상공과 영생탑에 산매가 지난 21일 나타났다며 "산매가 영생탑에 날아와 처량한 소리로 슬피 우는 것을 본 공장 일군들과 종업원들은 어버이 장군님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고 소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함흥시 동흥산 언덕에 있는 김 위원장 동상 주위에서 백학이 발견됐다고 22일 전하기도 했다.

◇"영하 30도 천지서 새싹 돋아" = 북한 매체들은 새뿐만 아니라 겨울에 보기 어려운 특이한 기상현상까지 내세우며 김 위원장의 `초인적 면모'를 부각하기도 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25일 백두산 삼지연의 군인들이 심은 황철나무에서 한겨울에 새싹이 돋는 특이 현상이 있었다며 "혹한 속에서도 장군님 영전에 드리는 꽃송이마냥 한껏 터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방송은 이 나무를 목격했다는 군인들을 인용해 "나무에 움이 트기 시작한 것을 발견한 것은 김정일 동지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청천벽력같은 비보를 받아 안고 온 나라 전체 인민이 피눈물에 잠겨있는 때인 지난 19일 오후 2시"라며 "그때부터 이 나무는 영하 30도가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날 망울을 활짝 터쳤다"고 전했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백두산기상관측소 관계자들을 인용해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백두산 천지를 뒤흔드는 땅울림이 계속됐다"며 "위대한 김정일 동지께서 너무도 갑자기, 너무도 애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시는 것을 안 백두산이 몸부림치며 천하를 흔든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21일 새벽 4∼5시 개성시의 남쪽 상공에서 5분 간격으로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며 "한겨울에 눈이 내리는 하늘에서 번개가 치고 천지를 들었다놓는 우뢰가 우는 것은 대단히 보기 드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중앙통신은 "특이한 자연조화를 직접 본 개성 시민들은 경애하는 장군님을 잃은 것이 너무도 비통해 하늘도 노하며 몸부림치는 것만 같다고 했다"며 "장군님은 진정 하늘이 낸 대성인"이라고 찬양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