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을 맞은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이 새겨진 벽화 등을 찾아 추도하고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 만수대언덕 등 북한 전역에 있는 김 주석 동상에 참배했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동상이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동상은 전국적으로 2∼3개뿐이고 그나마도 국가안전보위부 본청사와 인민무력부 사적관 등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에만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의 메카인 북한에는 왜 김 위원장의 동상이 없는 걸까.

북한 노동신문은 25일 '위대한 어버이의 동상을 모시지 못한 사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위원장의 동상이 없는 이유를 상세히 소개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1998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되면서 본격적으로 김정일 시대를 연 이듬해인 1999년 김 위원장의 동상 건립안건이 제기됐다.

만수대창작사는 삼지연 지구에 김 위원장의 동상 건립 계획서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 올렸지만 김 위원장이 강력히 반대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수령님의 혁명위업을 계승해 조국통일을 이룩하고 이 땅 위에 강성대국을 세울 생각밖에 없는데 무엇 때문에 내가 바라지도 않는 동상을 세우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관계자들을 질책했다고 노동신문은 소개했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평양발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평양 시내 김 위원장의 초상화 앞에서 조문하던 한 여성은 조선신보와 인터뷰에서 "생의 마지막까지 수령님만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면서 자신의 동상 하나 모시지 못하게 한 장군님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라도 장군님 동상을 모셨어야 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북한은 현재 김일성광장, 4·25문화회관 광장, 당 창건기념탑, 평양체육관 광장 등 여러 곳에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