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과 북한 간의 국경이 폐쇄됐다가 이틀 만에 다시 열린 것은 북한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특히 중국이 북한에 대해 오랫동안 경제적인 생명줄 역할을 해옴에 따라 중국과의 상업적 교류를 확장할 수 있는 기득권을 가진 북한 내 일부 국영기업이나 개인은 북한 내 엘리트 계층에서도 특별한 이익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중국-북한 간 국경이 폐쇄되자 중국 측의 기업이나 관광객들은 폐쇄기간이 오래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출장은 모두 취소되고 북한을 보려는 관광객들도 모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식량이나 석유공급도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48시간도 되지 않아 통행은 재개됐다.

WSJ는 이 같은 신속한 통행 재개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이 통치해야 할 북한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북한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 오랫동안 국경을 폐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같은 두 나라의 유대관계는 북한 내 변화를 촉진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의 북한과의 교역은 2006년 이래 두 배로 증가했다.

중국의 북한 및 국경 지방에 대한 인프라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두 나라에서 나오는 공식 통계치가 믿을만한 것은 아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식량과 석유를 주로 북한에 수출하고 있으며 북한 내 일부 특권층을 위한 사치품도 공급하고 있다고 WSJ는 보도했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구리나 석탄. 철광석 등을 수출한다.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추정되며 나머지는 대부분 러시아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년간 북한에 중국식 시장경제 개혁을 도입하기 위해 국경지방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중국 연길 지역의 상황을 보면 이런 상황이 잘 드러난다.

이 지역 노인들의 발언에 따르면 이번 주 연길의 상황은 지난 1994년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 사망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주민들이 총체적 슬픔을 보여주도록 명령받았기 때문에 완전히 정체된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요즘은 경제와 사업을 중요시하고 있다.

국경무역업을 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한 경험 많은 관리는 "이번에는 북한 측 슬로건이 '슬픔을 강함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이라면서 "북한 사람들도 경제나 사업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측 한 관리도 "북한의 기업이나 상점들은 대부분 다시 생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