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시의회 다수 의석인 한나라당 시의원들과 민주당 시장 간의 갈등에서 시작된 신경전이 시장 수행비서의 막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 20일 여러 차례 정회를 반복한 끝에 자정 직전 속개해 의사일정을 하루 연장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안 상정 직전 한나라당 이덕수 의원이 신상발언을 통해 이재명 시장의 수행비서 백모씨의 언행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 의원은 "회의 직전 본회의장 앞 복도에서 이 시장이 지나가면서 '당신 말조심해'라고 말한 데 이어 백 비서가 쫓아와 욕설과 함께 '시장 친구냐', '말조심해라' 등 협박과 폭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시의회 한나라당협의회는 21일 "시장 수행비서가 시의회와 시의원을 유린했다"며 "백 비서를 파면하고 시장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 시장 측은 "이 의원이 시장을 향해 막말해 백 비서가 대응했으나 욕설은 없었다"며 "CCTV를 공개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과 이 의원 간 신경전은 20일 오전 본회의장에서 시작됐다.

이 위원은 당시 5분 발언대에 나와 이 시장과 철거민 간 폭행사건(11월 12일)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이 시장이 가해자라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이재명 시장, 주민에게 예의를 갖추세요"라고 호통을 쳤다.

발언이 끝나자 본회의장에 출석했던 이 시장이 "왜 (사실을) 왜곡하느냐. 아무리 의원이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삿대질과 함께 고함으로 맞섰다.

백 비서도 본회의장에서 의원을 향해 고성과 삿대질을 했다.

이 시장 측은 "일부 상황만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전치 3주 진단을 받고 5일간 입원했던 시장을 가해자로 왜곡했다"며 이 의원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시의회 한나라당은 시장 비서 파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1일 의회에 참가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성남시는 사상 첫 준예산 편성 사태에 직면했다.

준예산은 올해 예산에 준해 인건비ㆍ기관운영비ㆍ사회복지비 등 법정 예산만 지출하는 것이어서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차질이 우려된다.

내년도 예산안(2조768억원)은 상임위를 거쳤으나 예결위가 파행돼 아직 수정안 윤곽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예결위에서 한나라당 박영일 의원은 의회가 의결한 시립의료원 조례에 대해 시장이 약속을 어기고 재의 요구했다며 시장 출석 전에 예산을 심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자정 전후까지 예결위와 본회의가 열렸지만 '꼼수행정이다', '시장 편들기다', '다수당 독재다', '시장 발목 잡기다' 등의 비방만 난무했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는 시민살림을 뒷전에 둔 의회와 집행부를 두고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나 감정적인 관계에만 매몰돼 소모적인 정쟁에만 몰두하며 허송세월하는 행태에 대해 시민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