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1) 정부 대북 정보력 어떻길래…52시간 동안 낌새도 못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

우선 우리 정부가 약 52시간 동안 김 위원장의 사망사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면서 정보력 부재 논란이 거세다. 청와대는 19일 오전 10시부터 북한 매체들이 “오늘 낮 12시에 특별방송을 할 예정”이라는 예고를 속속 내보냈지만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낌새를 눈치 채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대선 승리에 맞춰 본관 현관에서 직원들의 깜짝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외교 안보 관련 부서도 마찬가지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사망 사실 발표가 나올 당시 국회에 가 있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동해 인근 부대를 시찰갔다가 급히 서울로 돌아왔다.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정보를 수집할 채널은 열어 놨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 같은 채널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현 정부는 대부분 대북 도·감청이나 중국의 협조, 국가정보원 활동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전 정권까지는 남북관계가 냉각돼도 북한 고위층과 긴급 연락망은 유지해 왔는데 이번 정권은 믿을 만한 사람들을 심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조문단을 받지 않기로 한데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계구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맡고는 있지만 완전히 권력을 장악하진 못한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사망한 김 위원장의 애도 분위기를 충분히 활용하며 시간을 벌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대규모 조문단이 오면 북한의 정치적 상황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영도자인 김 위원장의 시신을 부검하고 그 사실을 공표한 이유도 관심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불필요한 억측을 차단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검을 통해 명확한 사인을 밝혀내 의료진과 경호원의 과실 유무를 따지고,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확한 사인을 밝히지 않으면 쿠데타설 등 각종 음모론이 확산될 수 있어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시신 부검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52시간 뒤에 발표한 배경과 관련, 최고지도자의 사망 소식으로 야기될 수 있는 주민과 권력층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사실 발표 당일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데 대해선 일종의 대외 무력시위를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성능 개량 목적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계속 해오던 것으로 김 위원장 사망과는 무관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영식/조수영/남윤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