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반도 전문가 페도롭스키 "김정은, 아직 형식상 지도자"
[김정일 사망]"김정은 실제 권력잡을 지 두고봐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 형식상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이 실제로 권력을 장악할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러시아의 저명한 북한 문제 전문가가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국제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IMEMO)'의 알렉산드르 페도롭스키 아시아태평양지역 연구실 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일 위원장 사후 그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발표됐지만, 북한의 지도부가 어떤 권력 구도를 갖추게 될 지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페도롭스키 실장은 "김정일 위원장은 오랜 준비 작업 끝에 권력을 잡아 별다른 혼란 없이 지도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불과 1년여 전에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은 아직 형식적 지도자일 뿐 국가 통치를 위한 충분한 준비가 안된 상태"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옛 소련에서 이오시프 스탈린이 사망하고 나서도 처음에 형식상의 지도자로 게오르기 말렌코프가 지명됐었지만 이후 실제로 권력을 잡은 건 니키타 흐루시초프였다"며 "김정은이 어떻게 군부를 비롯한 무력 부서, 관료 등의 엘리트 계층을 장악할지 두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도롭스키 실장은 현재로선 남북 관계나 북한과 러시아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 또한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도롭스키 실장은 최근 IMEMO가 내놓은, 북한의 변화와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 '전략적 세계 전망 2030'의 한반도 관련 전망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러시아의 유력한 한반도 전문가다.

한편 또 다른 현지 한반도 전문가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극동연구소 선임연구원 콘스탄틴 아스몰로프도 북한 사태가 한층 혼란스러워졌다며 정확한 평가를 내리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김정일 위원장이 권력을 잡고 있을 때는 북한 정세에 예측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 그조차도 힘들어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아스몰로프 연구원은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으로 북한 체제가 곧바로 붕괴할 것이란 환상을 품어서는 안된다"며 "북한 체제 자체는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남북 관계 전망에 대해 "장기적 전망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나 우선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애도의 뜻을 표시하거나 적어도 공격적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남북 관계 안정을 위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