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또다시 지도부 총사퇴 및 재창당 격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가 10ㆍ26 재보선 당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 사이에서 "당 간판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된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최 의원의 비서가 디도스 공격 전날 박희태 국회의장의 행사의전비서(전문계약직 라급) K씨와 술자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디도스 파문에 대한 여권 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홍준표 대표의 디도스 파문 대처 방식을 놓고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상황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며 거취 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말까지 나와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될 전망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이대로 가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며 "백지상태에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고, 남경필 최고위원 역시 "(홍 대표의) 현실 인식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당초 지도부 총사퇴론을 거론한 바 있는 원희룡 최고위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도부 사퇴로는 늦었고,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들이 `사퇴'를 결심하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물러나는 것으로, 현 지도부는 홍 대표의 의중과 관계없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며 지도체제 교체는 불가피해 보인다.

나아가 `부자 정당'에 `디도스 공격' 악재가 덧씌워진 만큼 한나라당 이미지를 벗어던지기 위한 `재창당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원 최고위원을 포함해 수도권 출신이 주축이 된 의원 10명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 한나라당이 해산 및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재창당까지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가칭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의원 모임'에 속한 이들은 당 지도부에 오는 9일 정기국회 종료 직후 구체적인 `재창당 계획'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고, 계획이 미진할 경우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모임에는 여권 잠룡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최측근인 차명진 의원, 정몽준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안효대 의원, 나아가 권택기 나성린 의원 등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포함돼 있어 홍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일부 의원들의 탈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전날 정책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의총에서 예산 얘기만 하는데, 이제는 당이 수명을 다한 것 같다"고 꼬집은 뒤 탈당ㆍ재창당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관건은 당내 주류를 형성한 친박(친박근혜)의 입장이다.

그동안 지도체제 교체론이 `박근혜 조기 등판론'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친박계는 당권파와 발을 맞추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디도스 파문이라는 당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 친박계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유 최고위원의 거취가 친박계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유 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결심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와의 사전 교감을 했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홍 대표는 이날 정당대표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새로운 당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큰 파도를 넘으면 끝인가 싶었는데 돌아보면 더 큰 파도가 온다"며 "정치도 세상사도 그런 이치로, 문제는 그 파도를 어떻게 타고 넘느냐에 달려있다"며 `파도론'을 되풀이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홍 대표의 글에 댓글을 달아 "다음 파도를 예상 못하는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

쓰나미가 지나가면 더 좋은 어류 천국의 바다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고, 허용범 대표 공보특보는 "아무리 넓고 깊은 대양도 거친 해류와 파도가 없으면 썩는다"고 적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정아란 기자 kbeomh@yna.co.kr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