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통화내역 '열쇠'…금전대가 여부 관심
투표율 낮추기 '마지막 카드' 가능성도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혐의로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수행비서 공모(27)씨와 공범 3명이 구속되면서 '윗선' 개입 여부에 수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경찰은 이번 공격이 오랜 시간을 두고 사전에 주도면밀하게 기획된 범행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선거 전날인 10월25일 밤 11시께 공씨와 실제 공격을 주도한 IT업자 강모(25)씨 사이에 첫 통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어 26일 새벽 1시께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시범공격을, 새벽 5시40분께부터 실제 공격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디도스 공격을 주도면밀하게 하려면 좀비 PC로 우선 공격을 해보고 실패하면 더 많은 좀비 PC를 동원하는 준비 절차가 필요한데 그런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정석화 수사실장은 "준비 과정이 하룻밤 새 급하게 이뤄졌다"면서 "범행 의도도 그때쯤 가졌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씨와 강씨의 금전관계, 통화내역. 이메일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그러나 강씨 등은 상당한 수준의 프로급 해킹 기량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범행 자체는 급조된 듯 보이지만 실행자는 상당한 수준의 기량 뿐 아니라 좀비 PC를 비롯한 해킹 장비를 완벽하게 갖춘 프로 중 프로였던 셈이다.

이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투표율을 떨어뜨리려고 고심하던 끝에 '마지막 카드'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직접 공격하는 대담한 범행을 시도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씨가 처음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할 때에는 좀비 PC 200여대가 초당 263메가바이트 용량의 트래픽을 유발했지만 아침이 되고 전원이 켜지는 PC가 점차 늘면서 초당 최대 2기가바이트의 공격을 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원이 켜지지 않은 PC까지 고려하면 좀비 PC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찰의 일차 목표는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공씨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다.

경찰은 범행 당일 행적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들이대며 공씨의 심경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범행 동기나 배후에 대한 조사는 공씨가 일단 범행을 자백한 이후에야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공씨의 통화내역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확인 중이다.

선거 전날인 25일 밤부터 당일 밤까지 일련의 범행과정이나 시험공격 성공을 전후한 시점에 최 의원이나 의원실 직원, 한나라당 당직자 등과 통화한 내역이 있다면 윗선의 연루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으로 현재 알 수 없고 확인도 해줄 수 없다"고 함구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새벽 1시나 이후 다른 사람에게 전화한 내용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의 없다"고 답변, 외부와의 통화가 일부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주범인 공씨와 실행자인 강씨 사이에 25일 밤 뒤늦게 첫 통화가 이뤄진 점은 여러 해석을 낳게 한다.

우선 공격이 사전에 치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만큼 공씨의 돌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반대로 선거 전날 막바지에 정치권에서 무리수를 쓰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공범들은 이미 범행을 자백했는데 공씨 혼자 범행을 부인하는 배경도 뭔가 윗선이 존재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고향 선후배지간인 공씨와 강씨의 관계도 의문투성이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씨와 금전 거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공격 의뢰를 받았을 때 이유를 묻지도 않았고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범행의 동기가 단순히 고향 선배의 부탁이라는 점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워 추가로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좌추적 결과 공씨나 강씨의 계좌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이 감지되면 파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관을 상대로 초유의 디도스 공격을 감행하는 상황을 감안해 '위험수당'을 지급했을 법도 한데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문이다.

설사 위험수당이 있었더라도 9급 수행비서에 불과한 공씨가 과연 이를 지급할 위치에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할 과제다.

공씨가 본인이나 가족이 아닌 제3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오랜 기간 써온 사실에 의혹을 두는 시선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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