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까지 10년 넘게 규제개혁을 외치고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일부 덩어리 규제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현장 체감도는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동일한 표본집단을 구성해 2009~2011년 대기업 회원사들의 규제개혁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만족 비율은 2008년 27.1%에서 지난해 39.1%로 올랐다가 올해는 34.6%로 다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입법조치 대상으로 정한 24건의 과제 중 법제화가 완료된 것은 3건(13%)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22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규제개혁 만족도는 25.4%로, 같은 해 대기업들의 만족도 39.1%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는 없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규제도 좀체 없어지지 않고 있다. 건설관련 업종에 대한 칸막이 규제가 대표적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토목 건축 산업설비 조경 환경시설 등의 건설공사가 아닌 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소방시설공사·문화재수리공사 등은 각기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겸업이 금지된다. 공사 발주도 따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정보기술(IT) 설비회사의 경우 정보통신공사업 면허(방송통신위원회)와 전기공사업 면허(지식경제부) 등 여러 면허를 동시에 영위하는 곳이 많지만, 공사 수주를 따로 해야 할 뿐더러 면허 갱신과 각종 신고도 부처별로 달리 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렌터카 차종을 승용자동차와 15인승 이하 승합자동차로 제한한 것도 주요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다. 이에 반해 시설대여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 리스회사들에는 이런 제한을 두지 않아 형평성 시비가 발생하고 있다.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제한,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한 상호출자 금지와 금융사 의결권 제한, 사외이사 선임비율 및 감사위원회 설치 강제, 준법지원인제 도입 등도 선진국에선 쉽게 찾기 힘든 족쇄들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