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 1년을 맞아 전 사회적으로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주민을 상대로 대남 적개심을 고취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중앙TV가 지난 9월7일 실시된 북한군 육·해·공군 합동훈련 모습이 담긴 영상을 29일 저녁 공개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 매체가 그동안 김정일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당일 오후나 늦어도 다음날에는 공개했다는 점에서 보면 근 3개월 전에 이뤄진 군의 훈련 장면을 뒤늦게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특히 중앙TV는 오후 5시30분 첫 방송에 이어 오후 7시5분과 9시 등 이날 하루에만 세 차례에 걸쳐 같은 영상을 내보냈다.

영상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훈련을 참관하는 모습과 함께 방사포와 전차의 기동, 군함의 함포사격 등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훈련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북한은 이 영상을 공개한 뒤 주민들의 '반향'까지 내보내며 대남 적개심을 부추겼다.

리철남 채취공업성 국장은 29일 밤 중앙TV와 인터뷰에서 "적들이 그 무슨 연평도 포격전의 희생과 교훈을 상기시키면서 소위 응징할 의지를 과시하겠다고 어처구니없는 망발을 했다"며 "이것은 우리 혁명강군의 전투력과 무궁무진한 국방공업의 잠재력을 모르고 줴치는(떠드는) 넋두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작업은 지난 24일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청와대 불바다'를 언급하며 남한의 연평훈련에 강력히 반발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이 보도에 이어 김정일 위원장은 25일과 2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을 담당하는 4군단 사령부(223대연합부대 지휘부)와 공군 제1016부대를 시찰하며 긴장을 한껏 끌어올렸다.

북한의 매체는 연평훈련을 '북침연습'으로 규정, 전쟁위기론을 끌어올리며 대남 비난을 담은 주민들의 목소리도 전하고 있다.

박정권 금속공업성 국장은 29일 조선중앙통신과 인터뷰에서 "남조선의 역적패당과 군부호전광이 조선 서해상에서 광란적인 전쟁연습소동을 벌여 놓은 것은 공화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적들이 우리의 신성한 영해와 영공, 영토에 단 한발의 총포탄이라도 떨어뜨린다면 우리 혁명무력의 총대는 역적패당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쓸어버릴 것"이라고 했다.

노동신문도 같은 날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에서 대고조 진군을 힘차게 다그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에 접한 우리 군대와 인민은 지금 반공화국 대결책동에 미쳐 날뛰는 미제와 남조선 역적패당에 대한 치솟는 증오와 분노로 심장의 피를 펄펄 끓이고 있다"며 "멸적의 기세를 늦추지 말고 사업과 생활을 더욱 전투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강성대국 원년을 앞두고 대내외 여건 악화에 따른 주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내부적 결속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30일 "북한은 내년도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있고 김정은 후계체제를 꾸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남한과 각을 세워 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이면서 내부적인 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강성 태도는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하려는 대외적 메시지의 성격도 있는 것 같다"며 "압박을 통해 현재의 교착국면을 풀어보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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