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빅뱅' 격량 직면…`안철수 행보'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여ㆍ야를 떠나 정치권 전반에 대한 강력한 쇄신 요구가 표심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범야권 박원순 후보 간 인물ㆍ정책 경쟁보다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시민단체 출신으로 무소속 출마한 박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킨 원동력이 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에 따라 선거에 패배한 한나라당은 물론 당(黨)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민주당도 `메가톤급' 격랑에 휩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성 정치권에 실망' = `안풍(安風.안철수바람)'으로 본격화했던 정치권 쇄신 요구가 선거를 통해 구체적인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의 임상렬 대표는 "두 후보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은 하나의 명분일 뿐 승패를 결정한 근본 요인은 아니었다"며 "기존 정당구조에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고, 이는 나 후보로서 쉽게 뛰어넘기 힘든 벽이었다"고 평가했다.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선거전 막판 박 후보를 지원한 효과가 있지만 이 역시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기대라기보다는 기성 정치권의 실망감이 더욱 근본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집권 여당에 대한 반발 심리가 더해지면서 두 후보의 득표 격차를 크게 키웠다는 분석이다.

정치평론가인 박성훈 후마니타스출판 대표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심화, 불평등 확대 등이 반(反) 한나라당 정서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당선시킨 것"이라고 봤다.

◇새 정치세력 등장 가능성…정치권 `빅뱅' 직면 = 박 후보 당선에서 결정적인 `구원투수'로 나선 안 원장을 중심으로 정치권 `새판짜기'도 점쳐진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소위 `안철수 신당'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안철수 개인의 선택 여부를 떠나 범야권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안 원장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초대형 후폭풍에 놓이게 됐다.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의 책임론 속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고, 민주당은 중장기적으로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택수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 패한 한나라당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현역의원 물갈이' 바람이 엄청날 것"이라며 "민주당 역시 후보를 내지 못한 책임론으로 큰 충격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평론가인 고성국 박사는 "지금의 민주당 간판으로는 내년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이 해체 수준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박풍'과 `안풍' 향배는 = 나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박근혜 전 대표는 대세론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신율 교수는 "박 전 대표로서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에 균열이 생긴 것"이라며 "근본적으로는 박 전 대표가 기성정치권 인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택수 대표는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예방접촉을 맞은 효과도 있다"고 말했고, 고성국 박사는 "여권 대권주자로서 박 전 대표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안 원장의 행보가 정치권 재편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상렬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앞날은 결국 안 원장의 다음 스탠스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안 원장이 정치권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한차례 구원투수 역할에 만족한다면 `박풍'(朴風.박근혜바람)에 미치는 타격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야권 재편 과정에서 안 원장이 중심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안 원장이 당분간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고 박사는 "안 원장은 시민사회 운동적인 정서이지 정치적 감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다"며 "당분간은 교수직을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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