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가회동 투표 열기 "선거에 관심"
강남 타워팰리스 투표소 `삼엄한 경비' 눈길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 부족" 아쉬움

서울특별시장과 전국 11명의 기초자치단체장, 11명의 광역의원, 19명의 기초의원을 뽑는 10ㆍ26 재보궐선거가 26일 오전 6시 일제히 시작됐다.

서울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아 저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면서 선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소재지 가회동 투표 열기=

0...아름다운재단이 있는 가회동 일대 주민들은 쌀쌀한 날씨 속에 이른 아침부터 투표장에 나와 한 표를 행사했다.

주민 대다수는 재단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재단과 상관없이 투표했다"는 응답이 많았으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재단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면서 선거에 한층 더 관심을 가졌다는 반응이었다.

출근길 투표장에 들른 가회동 주민 조모(42)씨는 "동네에 재단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에 관심이 많았다"며 "나이 드신 분들은 재단을 잘 모를 수 있지만 다른 주민들도 재단 때문에 선거에 관심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생 나모(20ㆍ원서동)씨는 "재단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면서도 "재단에 관한 내용이 뉴스에 많이 나오고 해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고 친구들과도 선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가회동 주민은 "가회동에 오래 살아 재단이 이곳에 있다는 것도 잘 알고 박원순 변호사 개인에게도 꽤 호감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평소보다 이번 선거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8시 가회동 투표소인 재동초등학교에는 전통적으로 오전 시간대의 주요 투표층인 노년층 뿐 아니라 출근길 투표장에 들른 20~40대 청ㆍ장년층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는 듯 했다.

="시각장애인 배려 부족 아쉬워"=

0...영등포동자치회관 투표소를 찾은 시각장애인 부부 김유신(40), 김경화(37.여)씨는 선관위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김씨는 "신분증으로 장애인 복지카드를 제출했는데도 별도의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선관위가 사전에 제대로 교육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점자 투표지가 없어 투표지를 눈 앞에 대고서 한참 걸려 겨우 투표를 마쳤다"고 덧붙였다.

손을 꼭 잡고 나란히 투표를 마친 김씨 부부는 "그렇지만 앞으로도 투표는 절대 거르지 않을 것"이라며 출근길에 나섰다.

=타워팰리스 삼엄한 경비 눈길=

0...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1층에 마련된 투표소에서는 사설 보안업체 직원들의 삼엄한 경비가 눈길을 끌었다.

투표소 주변에 배치된 건장한 체격의 남성 직원 5~6명은 주민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공손한 인사를 건네고 친절히 투표소 위치를 안내하면서도 외부인에 대해서는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며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주민 인터뷰는 몰라도 사진은 찍을 수 없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투표 명의 도용당했다" 항의 소동=
0...구로구 구로3동 제1투표소에서는 한 남성이 "누가 내 이름으로 사인하고 투표하고 갔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투표를 하기 전 선거인명부를 확인했는데 이미 누군가가 서명을 해놓은 상태였다는 것.
구로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오전 일찍 다녀간 유권자가 이름이 비슷한 옆 칸에 실수로 서명하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항의하신 분께 잘 설명을 드린 뒤 선거인명부를 정리하고 무효표 처리 없이 해결했다"고 전했다.

=젊은 층 투표장에서 '인증샷'=
0...투표소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투표에 참여했음을 알리려는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종로구 가회동에 사는 박준범(39) 씨는 투표장인 재동초등학교 1학년 1반 교실 입구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투표 참여 인증샷을 찍었다.
박씨는 "인증샷을 찍어 투표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트위터로 알리려고 한다"며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충분히 숙지했다"고 말했다.
박씨 외에도 20~30대들이 투표장 안내 표시가 있는 복도나 건물 입구에서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투표 시작과 함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유명인사들과 일반인들의 투표 참여 인증샷이 무수히 등록되고 있다.

=이른 시간 대학가 투표소는 비교적 한산=

0...대표적인 대학가인 신촌의 투표소는 오전까지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대문구 신촌동 제4투표소가 마련된 창서초등학교에는 이날 오전 9시께까지 전체 유권자 3천900여 명 중 340명 가량이 찾아 투표했다.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보다는 인근 장년층 주민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 등이 인근에 있는 신촌동은 투표소 5곳 중 3곳에서 20대 유권자 비율이 40%가량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시험을 치러 가기 전에 들렀다는 연세대 학생 이모(23.여)씨는 "공약보다는 네거티브 선거가 된 것 같다는 비판이 많다"며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서민과 약자를 배려하는 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한국외대가 있는 동대문구 이문동 우리은행지점 주차장에 마련된 이문1동 제4투표소도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찾기 어려운 투표소 불만=

0...투표소가 바뀐 줄 모르고 예년에 가던 곳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거나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투표소를 힘들게 찾아온 시민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구로동에 사는 직장인 이모(31)씨는 "몇 년 동안 쭉 같은 초등학교에서 투표해 와서 당연히 그곳일 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다른 곳으로 바뀌는 바람에 헛걸음했다"며 "새벽에 날씨도 쌀쌀한데 왜 굳이 아파트 관리사무실 밖에 천막을 쳐놓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산구 후암동 제4투표소는 좁은 골목 가파른 언덕 위에 있어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은 노인들은 투표소에 도착해 숨을 몰아쉬며 "왜 이런 데다 투표소를 만드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를 부축하고 투표소에 도착한 60대 여성은 "할머니가 혼자 올라오시다가 넘어지시는 바람에 부축해 같이 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60~70대 이상 노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져 투표소 관계자들은 오가는 노인들을 부축하느라 분주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