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내 반미여론 부추기고 대내결속 유도 속셈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12일 최근 발생한 주한미군의 성폭행 사건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3건이나 게재했다.

이 매체는 `성폭행군단의 정체를 드러낸 미제침략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사건을 "야수와 강도의 기질로 길들여진 양키의 본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떠들어오던 위선적인 궤변과 침략자, 범죄자의 정체가 또다시 여지없이 드러났다"고 맹비난했다.

또 `단상' 코너를 통해 1960년 백인준 시인이 미군의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썼다는 풍자시 `벌거벗은 아메리카'를 소개했다.

이 시는 `구리고구린 썩은 제국주의 몸뚱아리'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4시간과 66년'이라는 글에선 지난달 24일 주한미군이 4시간 동안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했다고 설명하고 "여학생이 당한 참혹한 고통은 66년간 미제에 의해 짓밟혀온 남조선인민들의 불행과 고통의 축도"라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가 남한 내 여론을 선동하는 데 활용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성폭행 사건을 남한내 반미 분위기를 부추기고 한미동맹에 흠집을 내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한에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한미군을 규탄하고 한미 주둔군지휘협정(SOFA)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이 지난 4일 이번 사건을 자세히 전하면서 "남조선 인민들이 치욕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은 대내적으로 주민을 상대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면서 내부 결속력을 높이려는 데도 이번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

북한 대내용 매체들에 각종 보도와 지침을 제공하는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어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것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미군의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등 최근 비슷한 목소리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루 전인 11일에는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이 이번 사건을 대표적인 미군 범죄로 꼽히는 1992년 `윤금이 사건'에 비유했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6일 `친미사대로 당하는 치욕과 수치'라고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