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딸 김숙향씨 "초안까지 마련, 美도 깊은 관심"
"정당 창당도 모색…재망명 시도했다가 무산"

지난해 10월 사망한 고(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북한의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유족의 증언이 나왔다.

황 전 비서의 유일한 법적가족인 수양딸 김숙향(69.황장엽민주주의건설위원회 대표)씨는 6일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어른(황장엽 전 비서)은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북한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방안도 구상했다. 임시정부 구성을 위한 초안도 마련해둔 상태였다"고 밝혔다.

임시정부가 무산될 경우 황 전 비서는 통일역량 강화와 북한 민주화를 위한 정당을 만들어 탈북자들을 통일역군으로 계몽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또 "어른은 국민의 정부 시절 활동에 제약을 받게되자 미국으로 재망명을 시도했다"며 "그러나 당시 신변을 보호하던 관계당국에 망명계획이 알려지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밝혔다.

한때 황 전 비서를 수반으로 하는 북한 임시정부 추진설과 황 전 비서의 망명설이 나돌았으나 그의 최측근에 의해 구체적으로 확인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 전 비서는 2003년 10월 미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강연회에서 북한 망명정부 수립설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황 전 비서의 임시정부 추진과 재망명 모색에는 미국측 일부 정관계 인사도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추이를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황 전 비서가 재망명을 시도한 데는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국민의 정부 시절 국내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북한 민주화 운동을 공개적으로 하기 어려웠던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가 `햇볕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남북교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공개활동이 제한되자 황 전 비서는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는 게 김씨 등 측근들의 전언이다.

황 전 비서의 한 측근은 "황장엽 선생이 한국에 온 것은 자신이 기초한 주체사상의 체제를 부정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이곳에 와서 10년 가까이 사실상 감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황 전 비서는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 민주화 운동에 자유롭게 나섰고, 지난해 4월에는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각종 강연회와 언론인터뷰를 통해 김정일 정권의 독재를 적극 비판했다.

황 전 비서의 1주기 추도식은 10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장 전 자유선진당 대표,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각계인사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