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실시된 지난 3일 박원순 후보가 트위터에 언급된 건수는 평소보다 두 배 많았다. 트윗트렌드에 따르면 박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부각된 지난달 말 이후부터 지난 2일까지 매일 1만건 안팎을 유지하다가 선거 당일엔 2만642건으로 껑충 뛰었다.

실제 이날 조국 서울대 교수(4일 오후 기준 팔로어 11만4000여명),공지영 작가(팔로어 16만8000여명)를 비롯한 박 후보 지지자들은 투표를 한 뒤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투표 독려 사발통문을 보냈다. 그러자 오후 들어 젊은층의 투표 참여가 급격하게 늘면서 민주당 관계자들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졌다"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결국 승부는 그렇게 갈렸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기존 정치틀을 흔들고 있다. SNS 앞에서 정당 조직은 맥없이 무너졌다. 정당의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SNS 힘의 뿌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 전 대통령이 2002년 12월 대선 직전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가 깨져 위기에 처했을 때,노 전 대통령 지지자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가 홍수를 이루면서 승기를 잡았다.

정치권이 SNS에 본격적으로 주목한 것은 지난해 6 · 2지방선거 때다. 당시 SNS 가입자는 약 200만명으로 선거 당일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투표를 증명하는 인증샷을 트위터에 날렸다. 그 결과 투표율은 지방선거 역사상 최고인 54.5%로 치솟았다. 2008년 4월 총선(46.1%)보다 8.4%포인트 높았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태로 안보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었음에도 참패했다.

지난 4 · 27 재 · 보선에서도 SNS의 위력은 입증됐다. 영향력 있는 작가,연예인들이 SNS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면서 투표율을 끌어올렸다. 당시 투표율 39.4%는 상 · 하반기 재 · 보선이 정례화 된 2000년 이후 평균 투표율(32.8%)을 6.6%포인트 웃도는 것이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SNS 위력이 한층 더 세질 것으로 전망한다.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은 '소셜 미디어 선거'로 치러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오프라인 위주로 돼 있는 선거 방식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폰과 SNS 등의 기술 발전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선거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부동층 유권자를 어떻게 하면 지지자로 돌아세울까 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정치적 정체성이 알려지고 네트워크로 정교하게 연결된 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아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SNS가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왜곡되고 선동적인 정보로 무장한 참여민주주의가 집단 이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홍영식/김주완/김재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