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자이자 문화평론가 진중권이 철학의 38가지 개념을 소개한 책 '아이콘(씨네 21북스)'을 출간했다.

'진중권의 철학 매뉴얼'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잡지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 제목으로 2010년 4월부터 1년간 연재된 칼럼을 모아 수정, 보완한 책이다.

이 책이 말하는 ‘아이콘’은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라는 뜻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아이콘(시각화된 명령어)을 뜻한다.

아이콘을 이용해 복잡한 명령어 없이 간단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듯이 ‘개념어’를 통하면(인지하고 있으면) 전문적 철학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도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38가지 철학의 개념을 담고 있다. 철학을 일상의 구체적인 맥락 속에 적용시켰다.

‘파타피직스(pataphysics)’ 개념을 설명할 때는 ‘닌텐도 위(WII)’와 ‘허경영’을 동시에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했다.

저자는 "그들은(젊은이들은) 허경영이 보여주는 것이 '정치 패러디'라는 것을 안다" 며 "허경영이 보통 정치인들과 너무나 달라 열광하는 게 아니라, 그가 보통 정치인들과 너무 똑같아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젊은이들이 허경영에게 환호를 보낼 때, 그들은 실은 그로써 이 사회의 부조리에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주 오류'의 개념에는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회원들이 타블로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식의 오류를 범했는지 집어냈다.

저자는 타블로의 학력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들여다보며 "어떤 사물을 그것이 속하지 않는 집합에 집어넣는 실수" 라며 "가수나 배우 같은 연예인과 총리나 장관 같은 공직자를 동시에 '공인'이라는 범주에 넣은 것, 개인적ㆍ주관적 궁금증과 사회적ㆍ객관적 의혹을 구별하지 못한 것이 모두 범주 오류다"고 풀이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표현한 나의 주관적 견해나 주장들은 모두 잊어도 좋다” 며 “개념의 사용법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범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 책이 이른바 '인식의 효소'(fermanta cognitionis), 말하자면 독자들의 머릿 속에 들어가 그 속에서 새로운 생각을 숙성시키는 효모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원진 기자 aile0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