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 방러 기록영화서 노출

북한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 전용칸으로 추정되는 공간을 TV방송을 통해 이례적으로 보여줬다.

조선중앙TV는 30일 저녁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소개하는 28분 분량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는데 특별열차 내부 중 김 위원장의 집무·응접용 전용칸으로 추정되는 장소도 공개했다.

방송은 김 위원장이 지난 20일 북러 국경에 인접한 하산역에 도착했을 때 이 공간에서 극동연방 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빅토르 이샤예프 등 러시아 관계자들이 꽃다발을 건네며 김 위원장을 영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차창(車窓) 밖으로는 김 위원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상반신이 보인다.

이곳에는 김 위원장의 집무용으로 보이는 책상과 한반도 지도가 나오는 스크린도 있다.

이 공간은 김 위원장이 2001년 7월26일부터 8월18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이 이용한 전용칸 내부와 일치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당시 김 위원장을 그림자처럼 수행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대통령 전권특사가 2002년 `동방특급열차'라는 제목의 서적에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전용칸을 담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조선중앙TV는 기록영화 후반부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전용칸으로 추정되는 이곳에서 뱌체슬라프 나고비친 부랴티야 공화국 대통령과 담화를 나누는 장면도 보여준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영화에 나오는 영접장소의 높이, 모니터 등의 배치로 볼 때 김 위원장 전용칸이 맞다"고 말했다.

풀리코포스키의 `동방특급열차'는 김 위원장의 전용칸 바닥에 방탄용 철판이 깔려 있고 내부에는 영화 감상용과 전자지도로 쓰이는 스크린이 2개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소련의 스탈린이 김일성 주석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게 폴리코포스크의 설명이다.

이 열차에는 위성항법시스템과 위성TV, 전화가 설치돼 있고 김 위원장이 열차를 타고 가면서 위성을 통해 중요한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매체가 특별열차 전용칸을 공개한 것은 김 위원장의 방러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안 센터장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방러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 커 과감히 전용칸까지 보여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기록영화에서 자주 웃는 등 전반적으로 밝은 표정이었지만 걸음걸이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장면을 수차례 보여줬으며, 얼굴의 검버섯도 진하고 머리숱도 많이 줄어든 모습이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