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하지 말자는 것이냐"는 당내 반론도 나와

민주당이 19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재협상의 논거로 발표한 10대 원칙이 상호 논리모순이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한·미 FTA 재재협상이 필요한 10가지 원칙을 발표했다.쇠고기 관세를 10년간 유예하는 농축산업 주요품목 관세철폐 유예를 비롯, 중소상인 보호장치,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등 기존의 재협상 논리 입장 외에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와 역진불가(Rachet)조항 폐지 등 당내 진보진영의 주장까지 모두 공식적인 반대 논리로 반영했다.

‘이익균형파’로 꼽히는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과 ‘독소조항 제거파’로 분류되는 정동영,천정배,조배숙 최고위원 등의 의견을 사실상 모두 망라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이 정도면 미국과 FTA하지 말자는 얘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당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하다보니 서로 충돌하는 논리까지 담은 ‘잡탕식’이 됐다는 지적이다.

손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김진표 원내대표 등 당내 ‘이익 균형파’의 재재협상 논리는 “노무현 정부때 협상안은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맞춰놨는데 현 정부가 재협상안을 통해 이익균형을 훼손했으니 다시 협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한 재협상 내용을 겨냥한 것이다.반면 정,천 최고위원등은 “노 정부때는 ISD(국가제소조항) 등 독소조항의 경제주권 침해 정도를 간과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이를 새롭게 인식했다”며 독소조항 제거를 위한 재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노 정부 당시 협상안도 거시적으론 이익의 균형을 해쳤다는 진보 진영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결국 외부적으론 한목소리로 재재협상안을 주장하지만 내용은 완전히 상반된 모순논리인 셈이다.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민주당은 FTA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다만 손해보는 FTA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당내에서 상호 충돌하는 반대논리를 모두 열거해 재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일관성이나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경제주권 침해나 이익균형 훼손 가운데 입장을 정리해서 재재협상 논리를 펴야하는데 조율이 안되면서 나열식 반대논리가 됐다”면서 “이 정도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