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유럽의회, 북한 인권 개선 방안 토론회

"그동안 국제사회는 북한과 관련해 권력 승계와 핵프로그램, 한반도 안보 문제 등에만 초점을 맞춰 왔으나 이젠 북한의 인권 문제 역시 핵심 논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베네딕트 로저스 동아시아 팀장은 13일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의회에서 열린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북한 내 반인권 범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의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와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 부단장인 안나 로스바흐 의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유럽의회 의원과 한반도 전문가, 유럽 시민단체 관계자, 교민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집약된 여론은 북한 정권에는 큰 압력이 되고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들에게는 유력한 공식 호소 창구가 될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북한 인권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공조가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현 위원장은 특히 유럽연합(EU)이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대화 창구를 유지해 오면서 인권 문제에 관한 논의와 인도적 지원을 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며 국제 사회의 여론 환기와 공조 강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벨기에 소재 국제 인권단체인 `국경 없는 인권(HRWF)'의 빌리 포트레 대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그간의 대북 제재가 실효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제재를 주문했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우열 수석부위원장은 "남북 이산가족 문제는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유럽의회와 유럽의 시민단체들이 고령 이산 가족들의 생사 확인과 소재 파악,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간의 접촉 재개와 이산가족 문제를 국제 사회의 이슈로 만드는 일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국가인권위가 해온 일을 소개한 윤남근 인권위원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고문과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상황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구호는 주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분배 과정의 투명성이 확보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유럽의회가 또다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결의안에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할 방법 확대와 노력 강화 ▲2009년 유엔 인권위가 권고한, 북한에도 인권위를 설치하는 일 ▲정치범 수용소 등에 갇힌 어린이들의 즉각석방 ▲한국전 포로 및 이산가족, 납북자 문제 해결 등을 반드시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2006년 6월 북한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4년 1개월 만인 지난해 7월에 다시 대(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한편 영국과 브뤼셀에 각각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 2명은 토론회에서 북한의 실생활과 인권 상황에 대해 증언하고 북한에 있을 당시 국제 원조 식량이 북한 장마당에서 거래되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면서 배급의 투명성 확보에 회의를 표시했다.

한 참석자는 북한 주민에게 외부 소식을 알려 주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 시민단체가 벌이는 북한에 라디오 보내기 운동 등에 EU 측도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로스바흐 의원은 라디오는 물론 위성방송을 통한 외부 소식 전파도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면서 라디오 공급 지원 등과 관련해 현재로선 EU 차원의 계획은 없으나 앞으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답변했다.

로스바흐 의원은 또 "EU는 북한 식량난이 심각, 굶어 죽어가는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대북 긴급 구호를 재개했으나 분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례 없는 노력을 기울였으며,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북한에 지속적으로 얘기해 왔다"고 강조한 뒤 북한 인권 문제는 EU 등 국제사회가 남북한 당국 및 시민단체들과도 협의하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