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검사 강화ㆍ가혹행위자 3진아웃제 추진
"병영문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국방부와 각 군이 해병대 2사단 총격사건을 계기로 병영 내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구타와 집단 따돌림(왕따) 등 부조리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타와 왕따 등 가혹행위는 해병대뿐 아니라 육군과 해군, 공군부대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들이 강하게 제기되자 국방부는 종합대책을 마련해 뿌리깊은 악ㆍ폐습을 도려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작년 비전캠프 입소자중 500여명 복무부적합 =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군의 노력 중 대표적인 것이 '비전캠프'와 '그린캠프' 운영이다.

병영 내에서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다른 병사보다 높은 자살 우려자 등을 위한 육군의 재활프로그램이 비전캠프이다.

그린캠프는 복무 부적응자나 자살이 우려되는 사병들을 관리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모두 육군에서 운영되고 있다.

비전ㆍ그린캠프 입소 대상자들은 주로 동료에게 '고문관' 취급을 당하면서 구타나 집단 따돌림의 표적이 되고 있다.

비전캠프 입소자는 작년 기준으로 7천300여명이며 이 중 3천500여명이 입소 후 상태가 호전되어 '새 사람'이 됐다고 군은 전했다.

2천200여명은 상태가 양호해졌지만 1천100여명은 입소 전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입소 전과 비교해서 성격을 고치지 못한 1천100여명은 현역복무 부적응 심사를 받았으며 이 중 500여명은 부적합 대상자로 판정되어 군에서 퇴출됐다.

그린캠프의 경우 작년 한 해 5천700여명이 입소했다.

이 가운데 5천100여명은 활기찬 병영생활이 가능하다는 판정으로 자신들의 소속부대로 원대 복귀했다.

하지만 600여명은 결국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이중 550여명은 조기 전역했다.

그리고 올해 전반기 야전부대에 설치된 '병역심사관리대'에 400여명이 입소했으며 이중 340여명은 부적합 판정을 받고 군문을 떠났다고 한다.

병역심사관리대는 지휘관이 도저히 부대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고문관 병사'를 골라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를 맡기는 곳이다.

이처럼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는 병사가 많다는 것은 군대에서 사고를 칠 성격 결함자를 사전에 걸러내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인성검사 대폭 강화ㆍ상습 가혹행위자 퇴출 = 국방부는 군대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인성 결함자를 식별하는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병무청의 징병검사에서 1차 인성검사를 하고 훈련소에 입소하는 단계에서 또 한 차례 인성검사를 하기로 했다.

현재 한국국방연구원(KIDA) 소속 10여명의 전문가들에 의해 '신인성검사 체계'가 연구되고 있다.

그리고 자대에 배치되면 6개월 단위로 인성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인성검사는 간부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영관급을 제외한 위관급과 부사관 등 초급 간부들이 대상이다.

간혹 초급간부 중에서도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고 병사를 관리할 능력이 못 되는 경우가 자주 식별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하사 이하 병사들만 인성 검사를 받았으나 올해 전반기 초급 간부에게 시험 적용됐으며 오는 11일부터는 전군의 대위, 중위, 소위 등 위관장교를 비롯해 중사와 상사들도 인성 검사를 매년 두차례 받아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인성검사에서 인성결함자를 식별하는 1단계에서부터 비전캠프 등 관리단계, 현역복무 부적합 심사 등 조치단계에 이르는 3단계 과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문제 사병이 군 생활을 할 수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호관심병사' 관리시스템도 보완할 계획이다.

보호관심병사는 입영한 뒤 문제점이 식별된 병사들이며 가혹행위를 당하거나 자살 등 사고를 유발할 개연성이 높은 부류이다.

이들은 전문상담관이나 군종장교들로부터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국방부는 육군의 비전ㆍ그린캠프가 제대로 운용되도록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신설 등 실질적 운영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해병대는 기수 열외, 구타와 가혹행위, 집단 따돌림 등이 식별된 만큼 앞으로 가혹행위를 은폐하거나 축소할 경우 사고자를 포함한 관련자를 가중 처벌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상습적으로 구타와 가혹 행위를 하는 병사에 대해서는 3진 아웃제를 적용해 현역복무 부적합자로 분류해 병영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세 번 구타하면 조기 퇴출당한다는 것을 악용해 일부러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저지르다가 적발되면 조기 전역은 고사하고 영창 등 처벌을 당해 전과자가 된다.

해병대는 만약 구타 및 가혹행위가 발생하면 헌병대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부대별로 헌병, 감찰, 인사분야 합동으로 연 2회씩 정밀진단을 해서 부조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김관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지난 8일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등 전군에 부대진단 긴급지시를 하달했으며 이 진단 결과를 토대로 진전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부대 진단은 준장 이상의 지휘관들이 책임지고 소속 부대의 부조리 여부 및 관련대책 등을 마련해 8월 말까지 각 군 본부에 보고토록 했고 국방부는 이 진단 결과를 토대로 충남 계룡대에서 '전군병영문화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해병대도 이달 중순 열리는 '병영문화 혁신 대토론회'에 병사 출신 예비역과 민간 전문가, 현역 병사 등도 참석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이제 병영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면서 "이번 진단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악ㆍ폐습이 모두 드러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고치지 않으면 선진군대로 가는 길은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